삼성-부시家, 2대 걸쳐 ‘한미 핫라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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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2일 방한, 이재용과 회동

27년전 對美투자 논의한 이건희-아버지 부시 1992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가운데)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모습. 동아일보DB
27년전 對美투자 논의한 이건희-아버지 부시 1992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가운데)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모습. 동아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2일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부시 전 대통령 일가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에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1992년 2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40분간 단독 면담하고 미국 내 투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후 1996년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텍사스 주지사이던 시절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첫 해외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당시 주지사로서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유치 정책을 펼쳤던 그는 1998년 열린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삼성 반도체 오스틴 공장의 성공적인 운영이 텍사스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2003년 오스틴 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기념행사에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이건희 회장은 그해 5월 노 대통령의 미국 등 해외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악화된 한미 관계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절박한 심정으로 당시 부시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있는 그룹 총수들이 발 벗고 나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들어 만난 해외 국가원수급 인사는 부시 전 대통령이 세 번째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2월 방한 당시 청와대를 통해 “이 부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 부회장은 출장 일정을 급히 바꿔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아랍에미리트(UAE) 통합군 부총사령관은 올해 2월 아부다비와 화성사업장에서 두 차례 만나 5세대(5G) 이동통신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5G 장비 및 반도체 사업 현장을 직접 소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장비를 통해 빠른 속도와 안정성 등 특장점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2018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선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도 면담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현지에 휴대전화 공장을 세운 이후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면서 베트남과의 관계가 공고해졌다는 평이다. 당시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베트남을 세계 최대의 전략적 기지로도 활용해 달라”며 “베트남이 전자정부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삼성전자가 전자정부 구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노하우를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조지 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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