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창업가 권도균 대표 “이젠 아마존을 두고 버블이라 말하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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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산업의 눈치를 보거나 심지어 직접 선수로 뛰면서 신생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을 받고 나서다. 권 대표는 “기존 산업의 반발에만 신경 쓰는 상당수 공무원들이 스타트업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공정한 심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 산업이든 신생 사업이든 공정하게 경쟁하며 서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면 현행법 안에서도 얼마든지 혁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권 대표는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만 유독 그 흐름에 저항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창업가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과를 내겠느냐는 것이다.

권 대표는 2010년 국내 최초로 벤처육성기업(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설립해 후배 창업가를 육성하고 있는 국내 1세대 창업가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벤처 열풍 당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정보보안솔루션 회사인 이니텍과 전자결제회사인 이니시스를 설립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던 그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그는 최근 세계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꼽히던 우버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주가가 7% 이상 급락한 이후 줄곧 저조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위기보다 가능성을 먼저 말했다.

권 대표는 “아마존도 상장 직후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지금 그 누구도 아마존을 두고 ‘버블’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단지 주가만으로 우버의 성장 잠재력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 가치를 꿰뚫어 보는 관점을 지닌 사업가와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자신이 직접 코칭에 나선 친환경 생리대 브랜드 라엘을 예로 들었다. 2016년 한국계 여성 3명이 만든 라엘이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오픈 마켓에서 생리대 판매량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였다. 권 대표는 “(투자 대상을 찾을 때)제일 먼저 사업계획서가 현실적인지, 인간의 욕구를 잘 해소해줄 만큼 창업자의 인사이트가 번뜩이는지를 본다”며 “양이 많거나 학술서처럼 이론적으로 완벽하기를 바라진 않는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 창업 전선에서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1세대 창업가들끼리 가끔 만나 안부를 묻곤 한다. 눈에 띄는 후배 창업가가 누구고 이들을 육성할 방법이 무엇인지가 이들의 주된 대화 소재다. 그중에서도 권 대표의 요즘 대화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다.

권 대표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해외 진출을 돕는 벤처캐피탈(VC) 등의 중간 창구도 다양해져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이전보다 쉬워졌다”며 “4차 산업혁명이란 이행기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며 글로벌 경쟁이 일어나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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