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부동산 분석가 채상욱 애널리스트 “상승장 끝! 당분간 집으로 돈 못 번다”

  • 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1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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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택자: 고민하지 말고 집 사라
● 1주택자: 지금 집에 계속 살아라
● 일시적 2주택자: 한 채를 빨리 정리하라
●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낮출 방법 찾아라
● 장기적으론 여전히 기회. 3기 신도시 주목

[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5월 초 현재 서울 주택 가격은 2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단 낙폭이 다소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집값이 바닥을 치고 ‘V자 반등’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그럴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규제 완화 없이는 적어도 2~3년간 집값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채 연구위원 생각이다.

“지금이 집값 바닥? 말도 안 된다”

채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 하락론이 파다하던 2013년, 대세 상승을 예측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엔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다수 전문가는 해당 대책이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채 연구위원 예측이 다시 한번 들어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주택 시장에서 정부는 시세 사이클 흐름을 바꿀 능력을 갖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그것을 효율적으로 해석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한다. 정책을 보면 시장이 보인다”고 밝혔다.

- 서울 집값이 2013년엔 왜 올랐고, 지금은 왜 떨어지고 있나.

“정책 방향이 달라져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4월 1일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향후 택지개발 예정지를 지정하지 않고, 보금자리주택 공급량을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줄인다는 게 골자였다. 택지 개발을 안 한다는 건 신도시를 조성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주택 수요가 있는데 새로 지을 땅이 없으면 구도심에서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정비 사업을 하게 된다.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4·1 부동산 대책’ 발표 뒤에도 2015년까지는 과거 조성해둔 택지에서 계속 신규 주택이 분양됐다. 2016년 택지 재고가 소진되면서 주택 공급량이 급감하자 비로소 박근혜 정부가 예고한 ‘신도시 개발 중단’ 효력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2018년까지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이 추세를 끊는 걸 목표로 삼았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과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장 판도를 바꿨다.”

- 일부에서는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진 건 아니다. 다소 숨을 고른 정도이고, 이제 조만간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시내 거의 모든 아파트 단지 집값이 지난해 9월 가격보다 10~20% 정도 떨어졌다. 지금 서울 주택 시장은 ‘상승세 둔화’가 아니라 명백한 ‘하락’ 국면이다.

지금 집값이 ‘바닥’이라는 일부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4월 말 부동산 공시가격이 발표됐다. 6월 1일, 이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부과된다. 시장 참여자 다수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액션’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발 빠른 시장 참여자만 움직였다. 이제 바야흐로 본게임이 시작된다. 그런데 집값이 반등할 수 있을까. 집값이 오르려면 투자 수요가 몰려야 한다. 지금은 스마트한 투자자가 주택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다.”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라”

- 주택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처 아니었나.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5억 원 이상 번다고 할 때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이 뭔지 아나. 부동산 투자다. 무주택자가 4억 원에 산 집이 9억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수익 5억 원에 대한 세금이 ‘0원’이다. 양도소득세(양도세)가 100% 감면된다. 반면 연봉 5억 원을 받는 근로자는 소득세율 46.4%(근로소득세율 42%+지방소득세율 4.2%)를 적용받는다. 일해서 돈 버는 것보다 오를 만한 집을 골라 사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주식, 펀드 등 다른 투자 종목과 비교해도 부동산 투자가 ‘넘사벽’이다.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다주택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추가로 집을 사는 건 대부분 ‘매각 차익’을 원해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양도소득세율이 매우 낮았다. 면세 규정도 많았다. 전략만 잘 세우면 큰 세금 내지 않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 이제는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정확히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이제 2주택자가 집을 팔면 양도차익의 최대 57.2%, 3주택 이상자는 최대 68.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부동산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으면 어떨까. 이때는 종부세가 부담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였다. 그런데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최고 3.2%에 이른다.

눈여겨볼 게 또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르고, 종부세 과세 표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의 80%를 종부세 과세 표준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도 손을 댔다.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로 차례로 올린다. 2022년부터는 공시가격 자체를 과세 표준으로 삼는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지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 다주택자는 집값이 올라도 남는 게 없겠다.

“그렇다. 무주택자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 있는 투자처일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게는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으로 불리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부동산 시장의 철칙이자 진리는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다. 2022년 대선 전까지는 지금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다주택자는 ‘조금만 버티면 다시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있는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지 말고 다른 투자 종목으로 눈을 돌려보는 게 어떨까. 세상에 투자할 곳이 부동산만 있는 건 아니다.”

- 무주택자는 여전히 집을 사는 게 유리한가.

“집은 투자 대상이기에 앞서 거주 장소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 주거 안정성이 생긴다. 그것만으로도 큰 이익 아닐까. 나는 무주택자에게는 집 살 자금이 마련되면 살기 좋은 지역을 골라 언제든 집을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출퇴근하기 편한 곳, 자녀 키우기 좋은 곳 등,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하나 정하고 그것을 충족하는 지역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면 된다.

이때 고려 사항에 ‘집값이 오를 지역’까지 넣으면 셈이 복잡해진다. 주택 값은 투자 수요가 붙어야 오른다. 실수요자만 부동산 거래를 하는 지방 도시는 집값 등락이 거의 없다. 지금 서울도 그런 시장이 됐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서초, 송파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시내 15개구(강동, 강서, 노원, 동대문, 동작, 마포, 성동, 양천, 영등포, 용산, 종로, 중구 포함)가 예외 없이 실수요 마켓이 됐다. 단기간 집값 상승을 노리는 사람은, 지금은 서울시내 어디서도 뜻을 이루기 어려울 거다.”

- 최근 ‘거래 절벽’이라고 할 만큼 부동산 매매 자체가 드물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실수요자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조만간 구매력 있는 무주택자에게 매수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일시적 2주택자’와 2년 거주요건을 채우지 못한 1주택자들이 연내에 집을 팔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먼저 일시적 2주택자 쪽을 보자. 새 집을 산 뒤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 새 집을 산 날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집을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 서울 집값은 2018년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즉 2017년에 집을 산 사람은 수익을 본 상태다. 그들이 2020년 이후 집을 팔면 2주택자 취급을 받아 차익 대부분을 양도세로 내게 된다. 이를 피하려고 2019년 안에 집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 고가 1주택 아파트는 어떤가.

“‘9·13 부동산 대책’이 고가 아파트 소유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요건을 강화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과거에는 집이 한 채인 사람은 10년 이상 보유하기만 하면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최대 80%까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았다. 집값이 10억 원 올랐다 해도 80%를 공제해줘 2억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제도를 손봤다. 9억 원 초과 주택 소유자에게 ‘2년 거주’ 요건을 추가했다. 내년부터는 집을 아무리 오래 갖고 있었더라도 2년 이상 그 집에서 살지 않았다면, 즉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보이면, 장기주택 특별공제율이 15년, 30%로 제한된다. 절세 효과를 노리는 비거주 1주택 매물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 매도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를 주목하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0만 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기 신도시로 고양시 창릉, 부천시 대장지구를 발표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0만 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기 신도시로 고양시 창릉, 부천시 대장지구를 발표했다. [뉴스1]


-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나.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3기 신도시를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주택 가치는 입지와 상품이 결정한다. 신도시는 평지에 직교형 도로망 체계를 갖추고 있어 입지가 좋다. 커뮤니티와 근린시설을 잘 조성하고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니 상품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 하지만 2기 신도시는 맥을 못추지 않았나.

“2기 신도시는 서울로의 통근 및 통학이 매우 어려운 위치에 조성됐다. 수요층의 외면을 받은 이유다. 3기 신도시는 이를 교훈 삼아 훨씬 진화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서울 출퇴근 30분 생활권’이 된다. GTX로 대표되는 초고속 광역교통망이 완비되고, 자녀 육아나 교육·문화 및 엔터테인먼트·레저시설, 한적한 교외환경 등까지 갖추게 되면 3기 신도시는 서울의 많은 지역보다 오히려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단, 그런 날이 오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남았다. 3기 신도시나 GTX 수혜지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일이다. 실수요자가 지금 이런 곳에 집을 사서 이른바 ‘몸테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무주택자라면 살기 편한 데 집을 사고, 투자는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을 권한다.”

채 연구위원의 조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무주택자는 살기 좋은 곳에 집을 사라. 특히 청약을 적극적으로 노려라. 1주택자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이 여전히 막강하니 살던 집에 그냥 사는 게 좋다. 일시적 2주택자는 더 고민하지 말고,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전 한 채를 정리하라. 다주택자는 보유세 절세 방안을 모색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라.”

그는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은 책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부동산 규제 시대, 세그먼트가 답이다’를 펴냈다. 그럼 현 상황에서 재테크는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까. 일단 채 연구위원은 향후 당분간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귀띔했다.

송화선 기자 Ispring@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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