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이젠 ‘限美令’으로?…中, 美 배경 드라마 돌연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0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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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학 생활을 그린 중국 드라마의 방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중국에서는 2016년 한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취했던 ‘한한령(限韓令)’을 연상시킨다며 미국 문화 관련 묘사를 제한하는 ‘한미령(限美令)’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20일 중국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황금시간대인 오후 7시 반 중국의 동방TV, 저장(浙江)TV 및 주요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 아이치이, 여우쿠에서 동시에 첫 회가 예고됐던 드라마 ‘아빠 데리고 유학 가기’의 방영이 취소됐다. 쑨홍레이(孫紅雷)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드라마는 여러 가족들이 자녀의 미국 유학 과정에서 겪는 희로애락, 문화 차이 등을 다뤘다. 외국 연기자가 출연하고 미국 학교 총격사건까지 나온다. 전체 분량의 9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한 이야기이며 대부분 현지에서 촬영됐다.

이 드라마는 14일 베이징(北京) 중심가 창안(長安)대로의 한 대형 호텔에서 주연 배우들과 감독은 물론 동방TV, 저장TV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제작 발표회까지 거쳤다. 현장에 참석한 연예 매체 기자들이 지난해 배우 판빙빙(范¤¤)의 탈세 사건 이후 움츠러들었던 중국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대형 행사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첫 방송을 불과 이틀 앞둔 17일 오후 방영이 취소됐고 대신 다른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취소 이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에서 인기를 끌며 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20일 방영분도 전송 문제로 방영이 잠정 연기됐다. 이 밖에도 원래 제목이 ‘뉴욕에서’인 드라마는 지난해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로 이름을 바꿔 방영하려 했으나 이마저 실패하고 현재까지도 방영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뉴욕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아빠 데리고 유학 가기’의 취소가 감독의 탈세와 관련됐다고 추측하고 있으나 방송 관계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미국과 관련된 드라마가 무기한 방송 연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전했다.

중국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취소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스타의 중국 방송 출연, 한국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을 취했던 ‘한한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미중관계 악화가 문화 연예산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미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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