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동산에 눈독 들이는 한국 자산가들…인기 지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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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 자산가 A 씨는 일본 도쿄에 100억 원짜리 업무용 빌딩을 한 채 구입했다. 일본 은행에서 연 2% 미만 금리로 60억 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세금과 이자, 건물관리비용 등을 제하고 연 5%가량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A 씨는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고 오피스도 포화상태여서 수익률이 낮다”며 “일본은 최소한 임대 수익이라도 보장될 것 같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A 씨의 경우처럼 일본 부동산을 구입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낮은 외국인 투자 규제와 안정적인 수익률이 일본 부동산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박상욱 우리은행 WM자문센터부부장은 “고객들이 먼저 일본에 대해 물어오는 등 최근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다음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2020년 도쿄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것도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동산 법인의 대일 직접투자 규모는 4억9300만 달러(약 5874억 원)로 전년(3억3500만 달러·약 3990억 원) 대비 47% 증가했다. 2016년 5400만 달러(약 643억 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9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달 대신자산운용이 내놓은 일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800억 원 규모)가 8거래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은 자기 자본 20억 이상이 필요해 수백억 원대 자산가들이 주로 찾는다.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지상 5층 빌딩을 실투자금 20억 원 포함해 47억 원에 매입한 B 씨는 “대외 위기에 취약한 원화 자산 대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싶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대규모 대출이 가능한 것도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일본에선 담보인정비율(LTV) 60~80%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도 2% 미만으로 낮다. 재산세 등 세율은 1.7%대로 높지만 건물 및 토지의 고정자산평가액이 실거래가의 30% 수준이라 실제 부담은 적다. 한국에 주택 4채를 보유한 50대 주부 C씨는 “최근 일본 투자 상담을 받았다”면서 “한국에선 금리가 낮은 금융 자산에만 목돈을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일본에 투자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 역시 현지에서 실거주나 투자용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한국 중견기업의 도쿄지사에 파견 나온 C 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도쿄 미나토구의 맨션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방 2개짜리 전용면적 65㎡ 매물은 8000만 엔(약 8억7000만 원) 내외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면 도쿄 맨션은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투자 지역은 일본의 중심부인 도쿄 도심 5구(미나토 주오 츠요다 시부야 신주쿠)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공실률이 2% 미만이며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문석헌 도우씨앤디 해외사업부 부장은 “도쿄 신축 빌딩의 경우 준공 전부터 임대차가 70~80%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정보가 제한적인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본의 경우 국제 행사로 인한 호재가 이미 임대료나 자산가격에 많이 반영돼 있어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믿을만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환율, 세금 등의 꼼꼼하게 확인해야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진 등 한국에서는 없는 자연재해 리스크 역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지역 사정이나 보험 상품도 함께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기자 yuniqu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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