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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건 이상 성공’ 간 이식 수술 베테랑 의사…그가 무작정 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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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건 이상 성공’ 간 이식 수술 베테랑 의사…그가 무작정 달리는 이유

김상훈기자 입력 2019-04-26 16:00수정 2019-04-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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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년 남성의 펑퍼짐한 체형은 아니었다. 군살은 없었다. 오히려 살짝 마른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전체적으로 딴딴한 이미지.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온 김성훈 국립암센터 장기이식실 실장(52)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이다.

김 실장은 간 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의사다. 지금까지 700건 이상의 간 이식 수술을 했다. 그는 간 기증자로부터 간을 떼어내는 수술과 그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따로 하지 않는다. 기증자와 환자를 나란히 두고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수술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2012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76세 노인으로부터 간을 떼어내는 수술에도 성공했다. 현재 김 실장은 국립암센터 부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맡고 있다.

사진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연구실 입구에 철봉이 설치돼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평소 근력 운동을 하는 도구라고 했다. 수시로 철봉 운동을 한단다. 김 실장은 즉석에서 턱걸이 10회는 거뜬하게 해치웠다. 이런 식으로 하루 2, 3회 철봉에 매달리고 나면 몸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라나.

간 이식은 과거에는 적어도 8~10시간, 때로는 그 이상 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요즘에는 6시간 내외로 줄었지만 그래도 체력이 달리면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 그러니 수시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김 실장이 철봉 운동을 생활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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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봉 운동은 건강법의 일부다. 그는 달리기 애호가다. 그는 “모든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 부어 최대의 결과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달리기와 간 이식 수술은 비슷한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 의료계의 ‘포레스트 검프’


인터뷰 내내 뇌리를 맴도는 캐릭터가 있었다. 25년 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다. 그는 틈만 나면 달렸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웠고, 진리를 깨쳤다. 김 실장도 비슷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국내 개봉할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시 김 실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외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 외과 전공의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됐다. 밤에 잠을 자도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 실장은 신혼 집(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학교(종로구 혜화동 서울대 의대)까지 약 9㎞의 거리를 뛰어서 출퇴근했다. 가랑비 정도는 무시하고 달렸다.

어느 날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감히 달릴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 김 실장은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운전기사가 그를 잠시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란다. “혹시 매일 뛰어다니는 분 아니세요?” 매일 같은 길을 가는 노선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에게 그가 달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던 것. 당시 김 실장은 출퇴근 때말고도 시간만 나면 운동장이고, 주변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러다보니 하루 평균 최소한 20㎞는 뛰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다닌 것일까. 수술실에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서였단다. 전공의는 집도의의 보조 역할을 한다. 수술에 필요한 실을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잘라내는 것도 전공의 역할이었다. 긴장하다 보면 ‘사소해’ 보이는 그 작은 동작에서 실수가 생길 수 있고, 그 경우 환자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술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무작정 달리다 보면 수술실에서는 정신이 말짱해지고 긴장도 사라졌다고 한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수술 경험을 꽤 쌓은 후에도 그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수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은 상당히 오래 뇌리에 남는다. 그 기억을 잊기 위해 뛰었다고 한다. 그 불쾌한 기억을 지울수록 다음 수술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을 앞두고도 뛰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란다. 이래저래 뛰는 것이 김 실장에게는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는 비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선후배, 동료 의사들이 그랬다. “왜 그렇게 뛰어다니는 거야?” 그러면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 “달리기는 건전한 중독”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달렸다. 젊었을 때는 하루 평균 20㎞ 이상을 뛰었다. 체력이 조금 달리기 시작한 40대 이후에도 매일 10~20㎞씩은 뛰었다.

2002년 국립암센터에 첫 출근을 했다. 적응기도 필요했고, 환자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월요일 출근하면 토요일에야 집에 갈 수 있었다. 매일 병원에서 숙식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도구가 달리기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산 호수공원으로 갔다. 5㎞ 가까이 되는 호수 둘레를 뛰었다. 한 바퀴로는 직성이 안 풀렸다. 점심시간, 혹은 업무가 끝난 후에 다시 호수공원을 찾아 달렸다. 기어이 하루 세 바퀴를 채워야 흡족했다.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뇌에서 진통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이 나온다. 고통을 참고 계속 달리면 사점(데드 포인트·dead point)을 넘기고, 이후로는 지친 줄 모른다. 김 실장에게도 이런 경험이 적잖다.

김 실장은 환자와 환자 가족을 대하는 게 늘 조심스럽고 미안하다고 한다. 가족 사이에도 간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간 상태가 좋지 않아서, 혹은 기증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벼랑 끝에 몰린 그들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게 큰 스트레스다. 그러니 뛰어서 그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달리다 보면 때로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도 모두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잊습니다. 정신적 위안을 얻는 겁니다. 제게 달리기는 ‘건강한 중독’인 셈입니다.”


● “무리한 운동은 건강에 마이너스”

김 실장은 요즘에도 달리기를 하지만 하루 10㎞를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보통은 출근하기 전에 달리기를 한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인근 고교 운동장으로 가서 1시간 동안 트랙을 돈다. 과거에는 병원보다 한참 전에 전철에서 내려 뛰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가까운 역에 내려 5~10분 걸어 병원에 도착한다.

오전에 달리지 못했다면 근무 도중에 짬을 내서 병원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한다. 너무 몸이 찌뿌드드하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한강 둔치에서 그날만큼은 20㎞ 정도를 달린다.

하지만 새로 정한 원칙은 꼭 지키는 편이다.

첫째, 일주일에 하루는 달리지 않고 푹 쉬는 것.

둘째, 2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달리지 않는 것.

셋째, 달리는 속도를 시속 11~12㎞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것.

이런 원칙을 만든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 무한정 몸을 혹사시켜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건강에 손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김 실장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빈혈 때문이었다. 200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다. 입술이 파래지고 숨이 조금 찼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배 의사들이 강제로 검사를 시행토록 했다. 그 결과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7g/dL로, 정상치(12~16g/dL)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색소 단백질이다. 이 수치가 크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혈액 안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때만 해도 젊었기에 지나치게 내 몸을 과신했던 것 같아요. 지나친 운동이 때로는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 셈이지요.”

1시간을 달리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다. 이 땀을 통해 의외로 많은 철분이 빠져 나간다. 김 실장은 이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달릴 때 발바닥의 혈구가 깨져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 김 실장은 철분 약을 먹기 시작했다. 혈색소 수치를 정상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그 이후로도 이따금 혈색소 수치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심각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철분 약을 복용한다. “꾸준히 관리해야죠. 그래야 앞으로도 달릴 수 있으니까.”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립암센터 외과 의사가 직접 소개하는 올바른 달리기 방법▼

김성훈 국립암센터 장기이식실 실장은 달리기에도 요령이 있다고 했다. 대충 했다가는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중년 이후에는 이 요령을 정확히 알고 달리기에 임할 것을 권했다.


● 사전 준비를 철저히

달릴 때는 시선을 전방에 두고 팔을 앞뒤로 흔든다. 사진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40대 이후라면 무엇보다 안전한 달리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발에 딱 맞는 운동화를 골라야 하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깔창을 하나 더 넣는 게 좋다.

스트레칭도 넉넉히 해야 한다. 젊었을 때 운동 전 스트레칭을 5분 했다면 중년 이후에는 최소한 10분 이상 해 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신체의 모든 부위를 풀어줘야 한다. 김 실장은 일반적으로 허리를 좌우 앞뒤로 풀어주고, 그 다음은 어깨, 그 다음은 하체와 발목 순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등은 곧바로 펴야 하며 힘들다고 굽히면 안 된다. 사진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 속도에 집착하지 말 것

잘 된 자세

젊은 사람도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년 이후라면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진다. 따라서 낮은 속도로 달리는 게 좋다. 처음에는 관절을 움직여준다는 정도의 강도가 좋다. 대체로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속도다. 이런 속도로 30분 정도 달리기를 지속하는 게 가장 좋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이후 속도를 올려도 된다.

속도보다는 횟수에 욕심을 내는 게 좋다.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3회 이상은 달리도록 하자. 다만 몸도 쉬어야 하므로 하루 정도는 달리기를 거를 것을 김 실장은 추천했다.


● 자세는 정확하게

편안한 자세로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실장은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달리되 딱 세 가지만 지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허리를 똑바로 펴고, 발은 11자 형태로 한다. 달리다보면 지쳐서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거나 터덜터덜 발을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점을 주의하라는 뜻이다. 둘째, 고개는 바로 들고 시선은 전방을 향하는 게 좋다. 셋째, 팔은 좌우가 아닌 앞뒤로 흔드는 게 좋으며 이때 손은 달걀을 살짝 잡은 느낌으로 쥔다. 그래야 상체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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