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장사 하나요?” 블라디보스토크 北식당 지배인에 물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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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열린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북한식당인 고려관은 밀려드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20여명이 찾아와 김치찌개와 돌솥비빔밥들을 주문하자 북한 여종업원 2, 3명이 수십 개의 음식을 나르느라 눈코 뜰 사이가 없어 보였다. 러시아 현지인 한 팀을 빼면 손님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이곳을 포함해 3개의 북한식당이 있다. 고려관의 여종업원은 “모두 영업이 잘 된다”고 했다. 식당 수입의 대부분이 평양으로 송금되는 만큼 이런 식당은 북한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창구 중 하나다. 고려관의 경우 평양냉면이 390루블(약 7000원), 오이소박이 한 접시 250루블(약 4500원)로 저렴한 러시아 물가를 생각하면 다소 비싼 편이었다.

이런 돈줄은 올해 말이면 마른다. 2017년 12월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모두 북한 송환해야 한다. 2017년 3만 여명이던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는 지난해 말 1만149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중년의 북한 남성 지배인에게 ‘내년에도 또 오고 싶은데 장사를 하느냐’ ‘노동 비자가 연장이 안돼 내년 영업은 힘든 것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비자 제한) 제재가 올해 말까지입니다. 잘 되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년에는 가게 문을 닫고 북한으로 송환될지 본인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비자 연장이 논의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지배인은 “아니 뭐 정상회담은 조국통일 같이 큰 걸 얘기하는 거지 (비자 문제 같이)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라면서도 말을 잇지 않다가 “(비자가) 우리한테야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면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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