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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풀어드린 걸까요…29년만에 아들 찾고 다음날 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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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풀어드린 걸까요…29년만에 아들 찾고 다음날 가셨죠”

뉴스1입력 2019-04-19 09:36수정 2019-04-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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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장기실종전담팀 “마지막 소원 위해 최선”
출범 3년 “평균 실종기간 27년…막막하지만 최선”
울경찰청 장기실종전담팀. 왼쪽부터 이수영 수사관,이현수 팀장, 박영성 수사관, 강성우 수사관, 윤종천 수사관. 2019.4.18/뉴스1 © News1


실종된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그것도 ‘장기 실종’된 사람만을 찾는 경찰관들이 있다. 지난 2016년 각 지방 경찰청에서 발족한 ‘장기실종전담팀’이다.

이들은 실종신고가 들어온 지 최소 1년 이상 된 사건만을 맡는다. ‘실종 신고’가 1년 이상일 뿐이지 지난 20~30년간 실종된 사람(평균 27년)들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일선 경찰서에서 찾기를 포기한 미제 사건만 전담팀에게 배정된다.

긴 시간 동안 종적이 묘연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30년 전에 잃어버린 자녀를 찾아달라”는 말에는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지금처럼 폐쇄회로(CC)TV가 골목 구석구석 있는 것도, 아이가 지문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전파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던 옛날 일이다. 무슨 수로 이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실종자의 가족들은 이들만을 바라보고 있다. 말이 실종 ‘아동·청소년’이지,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면 중년의 나이다. 이미 백발이 성성한 실종자의 부모들은 “죽기 전에 자식 얼굴을 보고 싶다”며 고개를 숙인다. 전담팀은 이들의 마지막 희망을 지키는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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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신고 1년 이상 장기 사건만 맡아…‘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18일 <뉴스1>이 방문한 서울지방경찰청 장기실종전담팀 사무실은 직원들이 자리에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전담팀 팀장인 이현수 경감이 홀로 나와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다”며 취재진을 반겼다.

전담팀은 2016년 ‘부천 여중생’ 사건, ‘평택 원영이’ 사건 등 연달아 발생한 실종 사망사건으로 장기실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되자 지난 2016년 3월 지방경찰청 산하 팀으로 신설됐다.

전담팀은 일선 경찰서에서 1년간 추적활동을 해 찾지 못한 아동, 장애인 실종사건을 이관 받아 수사를 한다. 현재 약 100건의 실종 사건이 전담팀에 배정돼 있다. 수십년 전 잃어버린 자녀들, 혹은 모두가 어려웠을 때 어쩔 수 없이 고아원에 맡긴 자녀·가족을 찾아달라고 신고한 건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나 다름없다.

현재 서울청 산하 전담팀에는 이현수 팀장을 포함해 강성우, 박영성, 윤종천, 조아영, 이수영 수사관 등 총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팀장은 1996년부터 주로 형사, 여성청소년(여청) 분야에서 22년째 수사업무를 해온 베테랑 수사관이다. 팀원들 역시 여청, 형사, 수사 부서에서 업무를 해온 경력직 수사관들이다.

이 팀장은 “어렸을 때 (자녀를)잃어버리면 자녀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 못하고, 입양기관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아 찾기가 어려워진다”며 “실종 후 30~40년이 지나고 실종 당사자들이 부모를 찾고 싶어 한국 중앙입양기관에 직접 DNA를 내면 미리 수집한 부모 DNA와 맞춰봐서 찾는 경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실종사건은 발생시간이 많이 지나 CCTV 등 추적단서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 실종자들도 실제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라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어 명의자 수사(통신, 교통카드 등)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덴마크로 입양된 딸이 올해 초 32년만에 한국에서 어머니와 상봉하는 모습(실종아동전담팀 제공). 2019.4.18/© 뉴스1

◇“그토록 찾던 가족인데…우리가 찾아야죠”

오후가 되자 외근을 나갔던 수사관들이 하나둘씩 사무실에 복귀했다. 팀원들은 막막한 심정으로 시작된 수사가 결과를 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을 보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느낀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수영 수사관은 지난해 10월 찾게 된 한 실종자와 어머니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80대 어머니가 1989년 실종된 자신의 지적장애인 아들(당시 16세)을 마지막으로 보고싶다며 지난해 딸을 통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건이다.

이 수사관은 “우리가 어머니의 DNA를 채취하자니까 실종자의 누나가 처음에는 거부를 했다”며 “동생이 앓고 있는 다운증후군의 평균수명이 짧아 어차피 오래 못 살았을거라 생각했고, 나이드신 어머니의 DNA를 채취한다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가서 잠깐만 어머니를 보자고 따님을 설득해 강원도 철원까지 가서 DNA를 채취해 대조했더니 은평구의 장애인시설에 있는 한 남성과 일치했다”며 “장애인 시설에서 실종자를 모시고 나와 가족들과 만나게 해드렸다”고 말했다.

16살 때 잃어버린 아들을 45세가 돼서야 만난 80대 어머니는 그간의 한을 모두 푼 듯 그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초기 치매 증상 외에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고, 그토록 자식을 찾다 극적으로 만난 터라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 사건이다.

이 수사관은 “상봉식 다음날 장애인 기관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너무 안타깝다는 연락이 왔다”며 “앞으로도 실종자 가족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실종자 가족 포기하지 말길…다양한 지원도 필요”

수사관들은 실종자들의 가족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함께 위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데, 실종자를 찾지 못하면 죄인이 된 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강성우 수사관은 “단서가 없는데 가족들을 만나다보면 저희도 자식 키우는 부모니까,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십년 전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자식이 없어졌다고 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후 남은 사람들은 평생 마음 한구석에 실종자를 담고 살아간다. 특히 실종자를 찾기 위해 생업도 포기한 채 심신이 피폐해진 사람들도 많다. 수사관들은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 수사관은 “가족들이 너무 오래 실종자를 찾기 위해 매달리다 보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담팀 경찰관들은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저희도 팀에 들어올 때 ‘이걸 어떻게 찾아, 말이 되냐’고 생각했어요. 근데 또 찾는 게 가능한 사건들도 있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실종자가 살아있는 한 DNA는 남아있고, 가족들도 실종자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저희도 최선을 다할게요.”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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