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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접점 찾기 난감해진 靑 “지금 필요한 건 속도 아닌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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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접점 찾기 난감해진 靑 “지금 필요한 건 속도 아닌 성과”

한상준 기자 입력 2019-04-15 03:00수정 2019-04-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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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샌드위치’ 상황 돌파구 고심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노딜’로 끝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사자가 되라”며 한국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기는커녕 ‘북핵 샌드위치’에 끼인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12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과 같은 날(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5세대(5G) 초고속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 관련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워싱턴=AP 뉴시스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확인한 미국의 비핵화 전략과, 평양에서 전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사이의 극명한 간극에 청와대는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대화의 돌파구를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 등 일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가 의사를 명확히 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뚜렷한 당근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 워싱턴에선 ‘굿 이너프 딜’ 거절, 평양에선 경협 독촉장

김 위원장은 12일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 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을 신경 쓰지 말고 남북 간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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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언급한 ‘용단’의 목표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남북이 체결한 9·19 평양공동선언이다. 선언에는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정상화, 서해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산림분야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대북 제재 해제 없이는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당시에도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한 합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서갔던 약속이 이제는 독촉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간 백악관의 묵인하에 개성공동연락사무소 등은 출범시켰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문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문 대통령이 돌파구로 구상하고 있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에 앞서 “남측이 당사자가 되어 9·19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보장을 하면 만나겠다”는 식으로 나올 경우 청와대는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가 된다. 이 경우 만나더라도 하노이, 워싱턴에 이어 ‘3연속 노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하노이, 워싱턴에 이은 3차 노딜 우려도

청와대는 북-미 정상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유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서로에 대해 “좋은 관계”, “훌륭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 정상의 속내라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먼저 행동하라”는 요구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정받은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 정도를 갖고 김 위원장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과 평양의 엇갈린 메시지를 두고 여권 내에서조차 “중간에 낀 우리의 현실이 냉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청와대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간 ‘간접 대화’를 추진해 양측의 접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북 특별사절단을 준비하면서도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결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내놓을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메시지 역시 “대화 촉진을 위해 북-미와 다양한 채널로 논의하겠다”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핵#트럼프#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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