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兆 쓴다는 정부… 세금 낼 기업 실적은 악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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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첫 500조 슈퍼예산 지침 확정
세수 24%차지 법인세 줄어들 우려… 정부는 복지 등 지출 계속 늘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반도체 부진… “실적 기대 못미칠것” 이례적 공시

기업 실적 악화로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층 지원금을 늘리는 등 정부 주도로 분배와 고용을 개선하려는 취지지만 돈 나올 곳은 말라가는데 기존 계획대로 계속 재정을 풀면 나랏빚만 늘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정부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5월 말까지 내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은 504조 원 규모로 올해(469조6000억 원)보다 7.3%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예산 증가율이 9.5%로 10년 만에 최대에 이른 데 이어 2020년 예산안도 슈퍼급으로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예산의 중점 투자 분야로 경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만큼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기재부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에다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는 악재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강화와 소외계층 지원 등으로 분배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내년 복지 관련 예산은 역대 처음 18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정부 지출을 뒷받침할 세수 기반은 약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해 사실상 ‘어닝쇼크’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는 중국 패널업체의 설비 증설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분야 공급이 늘어난 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때문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내놓은 컨센서스(7조1000억 원)보다 실제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으로 보여 이례적으로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제 실적이 6조 원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이었지만 한 분기 만에 이익이 40%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도체 경기 하락 여파로 정부의 법인세 수입도 대폭 줄게 생겼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어 2020년도 세수 여건이 2019년보다 더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70조9000억 원으로 전체 세수(293조6000억 원)의 2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내는 법인세는 총 법인세수의 20%를 차지한다. 소득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인세가 기업 실적 악화로 감소하면서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미 1월 국세수입 진도율(목표액 대비 징수액 비율)은 12.6%로 지난해 1월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이나 혁신 성장은 한계가 있다”며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지현 기자
#삼성전자#디스플레이#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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