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광현]LPG 승용차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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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져 국민들 호주머니 사정이 대단히 나빠졌을 때다. 불법이니 당연히 세금이 붙지 않는 가짜 석유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휘발유 차를 액화석유가스(LPG) 차로 불법 개조하다가 적발됐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곤 했다. 요즘 LPG 가격은 휘발유의 60% 수준인데 1990년대만 해도 LPG는 휘발유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이제 이런 LPG 차량 불법 개조 뉴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6일 0시부터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돼 일반인도 LPG 차량을 살 수 있게 됐다. 버스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많이 사용하고 택시는 LPG가 주 연료다. 영업용 외에는 장애인, 국가유공자만 LPG 차량을 살 수 있었다. 이제 휘발유 차량을 LPG 차량으로 개조해도 불법이 아니다. 두 차량은 엔진 착화 방식이 비슷해 일반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개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앞으로 LPG 가스충전소와 함께 기술 있는 정비소가 바쁘게 생겼다.

▷LPG나 휘발유나 사실 생산 혹은 수입 원가는 거의 비슷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세금 때문이다. LPG가 1L에 900원, 휘발유가 1500원 정도다. 그 대신 LPG 차량은 연료소비효율이 좋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공식 연비를 예로 들면 LPG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가 25% 정도 낮다. 가격과 연비를 모두 고려할 때 1년에 약 2만 km를 달리는 운전자라면 연 52만 원 정도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기름값만 생각해서 차를 고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힘이 약한 LPG 차량 수요가 폭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전망이다. 아직은 가스 충전이 불편한 것도 흠이다.

▷LPG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이 많지 않고 환경오염 물질 배출도 적어 고급 연료 대우를 받아왔지만 반대로 수급 불안정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셰일가스 개발이 확대되고 여기서 LPG가 대량 공급되면서 이제 세계적으로 수급 문제는 많이 사라졌다. 대기오염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일반인 구매를 허용했지만 LPG 차량이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대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배출해 환경 이슈는 계속될 듯하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lpg 차량#액화석유가스#이산화탄소#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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