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인상 ‘고가 아파트’ 보유세 계산해보니…

  • 주간동아
  • 입력 2019년 3월 2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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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자이 59㎡ 168만 원 더 내
1주택자는 “생각보다 부담 적다”… 다주택자는 수천만 원 늘 수도


정부가 고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었다. 사진은 3월 7일 서울 송파구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정부가 고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었다. 사진은 3월 7일 서울 송파구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부동산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됐다. 3월 14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년간 시세 변동분을 반영해 전국 공동주택 1339만 호(아파트 1073만 호, 연립·다세대 266만 호)의 공시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은 5.32%로 지난해 5.02%에서 0.3%p 상승했다.

정부는 이목이 집중됐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한 단독주택·토지 공시가격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지난해 수준인 68.1%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유형별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이 지난해 51.8%에서 올해 53%로, 토지가 지난해 62.6%에서 올해 64.8%로 약 2%p씩 상승했다. 단독주택·토지와 비교했을 때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시세 12억 원 초과 고가 주택 핀셋 인상

당초 우려와 달리 전국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해 유주택자의 부담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세 12억 원(공시가격 9억 원 수준) 초과 고가 공동주택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그동안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크던 일부 고가 공동주택에 대한 현실화율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고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 사례를 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전용면적 189㎡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4억9000만 원에서 올해 19억2000만 원으로 28.9% 상승했다. 추정시세는 28억2000만 원으로 현실화율은 68.08%로 나온다. 또 서울 강남구 수서동 전용면적 214㎡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9억2000만 원에서 올해 23억7600만 원으로 23.8% 올랐다. 추정시세는 34억9000만 원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68.08%이다(표1 참조). 두 사례의 변동률은 전국 평균 공시가격 변동률인 5.32%와 비교하면 각각 약 5.4배, 4.4배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서울 시내 고가 공동주택을 소유한 이들의 보유세 부담은 어느 정도 늘어날까. 공시가격이 20% 이상 오른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아파트 4곳의 공시가격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보유세 예상 증가액을 계산해봤다. 계산은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부동산 계산기와 부동산공인중개사 문제은행이 협찬하는 부동산계산기.com을 활용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통칭하는 말이다. 재산세 과세 대상 가운데 주택의 경우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과세표준이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세율은 3억 원 초과금액의 0.4%를 적용하고 여기에 57만 원을 합한 금액이 재산세로 부과된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의 경우 6억 원 이하 0.5%, 12억 원 이하 0.75%, 50억 원 이하 1%, 94억 원 이하 1.5%, 94억 원 초과 2% 세율이 적용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한 ‘반포자이’ 전용면적 59㎡의 경우 로열동, 로열층 호실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3600만 원에서 올해 12억 원으로 올랐다. 같은 면적이라도 층과 동에 따라 공시가격은 달라지는데 로열동, 로열층은 공시가격 인상분이 2억6000만 원을 넘었다.

먼저 재산세를 계산해봤다. 해당 호실의 과세표준은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한 7억2000만 원이고 이에 따른 세율은 3억 원 초과금액의 0.4%로 여기에 57만 원을 더하면 총 225만 원이 나온다. 지방교육세는 재산세액의 20%인 45만 원, 서울지역 도시지역분 재산세는 과세표준액의 0.14%인 100만8000원이다.

1세대 1주택인 경우 종부세 공제 가격인 9억 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종부세는 127만5000원이다. 여기에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하면 66만3000원이 최종 종부세로 나온다. 재산세, 지방교육세, 도시지역분, 종부세, 농어촌특별세(종부세의 20%)를 모두 합하면 1년 보유세는 대략 450만3600만 원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공시가격 9억3600만 원일 때 부과된 보유세 282만1392원과 비교하면 금액상으로는 168만 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1년으로 나눠 계산하면 월 14만 원가량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인상률만 놓고 보면 59.62% 증가해 랜드마크 4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표2 참조).

2주택 이상 보유 시, 세 부담 크게 늘어

고가 랜드마크 아파트의 같은 면적이라고 해서 동일한 비율로 보유세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렉슬’은 전용면적 59㎡가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세만 부과돼 인상률이 26.63%에 그쳤다. 해당 단지의 다른 면적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가 랜드마크 아파트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공시가격 인상 금액이 1억 원 안팎으로 보유세 인상률이 17~27%에 그쳤다. 그러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공시가격 인상 금액이 2억 원 안팎으로 보유세 인상률 역시 35~42%로 높았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도곡렉슬과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보유세는 부과 대상인 소유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종부세의 경우 공제받을 수 있는 조건만 충족하면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세대 1주택자 단독명의로 소유했다면 60세 이상은 나이 대별로 10~30%, 5년 이상 장기 보유했을 때는 보유 기간에 따라 20~40% 공제받을 수 있다.

고가 공동주택이라도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우려했던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주택,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자이 전용면적 59㎡와 도곡렉슬 전용면적 84㎡를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는 2주택자의 예상 보유세를 계산해봤다.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합해 지난해에는 약 1680만 원이 부과됐지만 올해는 57%가량 올라 약 2638만 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114㎡까지 보유한 3주택자라면 보유세는 지난해 3184만 원가량에서 43% 오른 약 4555만 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40~60% 늘어나는 셈이다. 고가주택을 한 채 보유한 유주택자와 비교하면 부담률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금액만 놓고 보면 1000만 원 이상 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소득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한 소비를 줄이는 등의 자구책이 필요하고, 은퇴를 앞두거나 소득이 일정치 않은 경우 주택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시세가 급등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들은 공시가격이 20%가량 인상됐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자이’ 전경. [뉴시스]
지난해 시세가 급등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들은 공시가격이 20%가량 인상됐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자이’ 전경. [뉴시스]

다주택자들 “버텨볼 생각”

하지만 다주택자는 대체로 ‘일단 버텨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반포동에 각각 전용면적 59㎡, 244㎡ 2채를 보유한 70대 A씨는 “노후 준비 차원에서 돈이 될 만한 아파트 2채를 마련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가 올라 부담은 되지만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보유세 폭탄’ 수준은 아니다. 부부가 모두 소득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저렴한 전세를 살면서 고가주택 2채는 월세를 놓고, 그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보유세가 부담된다고 아파트를 팔면 앞으로 생활할 수가 없다. 소비를 좀 줄여 세금을 내면서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동구 고덕동에 각각 전용면적 132㎡, 59㎡ 2채를 보유한 40대 전문직 종사자 B씨는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400만~500만 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부부가 모두 전문직에 종사해 세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향후 자녀 교육비가 늘면 부담이 될 것 같다. 사실 소득이 높지 않으면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면서 양도소득세까지 과다하게 걷는 것은 문제다. 부득이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양도소득세를 낮춰 아파트를 팔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라도 지난해 3월 31일 전까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쳤다면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2가구 이상 임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전용면적에 따라 재산세가 감면되기 때문. 5년 단기임대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는 재산세를 50%, 60~85㎡ 아파트는 25% 감면받을 수 있다. 8년 이상 장기임대는 전용면적 40㎡ 이하로 재산세가 50만 원 이하면 면제, 50만 원 초과면 85% 감면된다. 전용면적 40~60㎡의 경우 75%, 60~85㎡는 50% 감면받을 수 있다. 고가주택이라도 전용면적이 85㎡를 넘지 않는 중소형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라면 보유세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양도소득세도 일부 면제받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 냉각 장기화 불가피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정이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대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회계사)는 “서울지역만 놓고 보면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지방은 공시가격이 내린 곳도 많다. 또 서울에서도 모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지난해 시세가 급등한 곳 위주로 공시가격이 현실화됐다. 이의가 있다면 4월 4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세금은 자산과 소득에 비례해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맞다”고 평가했다.

토지, 단독주택,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순차적으로 인상되면서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는 ‘세금’이다. 6월 1일 재산세 부과 기준일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이 냉각됐고, 지금까지 매도와 매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잡으면서 무주택자, 1주택자의 손발까지 묶어버렸다. 정부의 부동산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 이런 냉각기가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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