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추가제재 철회에 담긴 속뜻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3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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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월 22일(미국 현지시간) 재무부가 부과한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는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보였던 태도(강 대 강 대치)와는 다소 상반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철회 지시가 북-미 외교교착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본 제재철회지시가 사실상의 연성권력 행사를 통한 미국의 외교입지 선점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박신혜 경희대 정치외교학/국제학(아산서원 14기)

A. 이번에도 트위터 메시지였습니다. 우리시간으로는 23일 새벽 0시 22분이었으니 미국 동부표준시로는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아이폰 앱으로 올린 트위터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철회(withdrawal)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21일 재무부가 부과했던 중국 해운업체 2곳에 대한 제재 등을 없던 것으로 해준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앞으로 부과될 ‘미래의 제재’를 추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잠시 후 짚어보겠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첫 대북제재→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일방철수(22일 오전 9시 15분)를 거치며 급랭하던 한반도의 봄에 다시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미 협상 중단을 강력 시사한 뒤 8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일종의 유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첫 번째 질문인 북-미 외교교착 상태에 긍정적인 메시지인가에 대해 답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백악관의 입인 새라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는 북한이 가장 흡족해 할 두 가지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존중과 호감이라는 요소, 그리고 하노이 회담 결렬의 직접적 원인이 된 제재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달래기’ 코드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대북 저승사자 격인 존 볼턴이 아무리 제재강화를 부르짖건, 돈줄 움켜쥐기의 첨병인 재무부의 므누신 장관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건 최고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의 불씨를 살려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죠. 북한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탑 다운’ 식 협상카드는 살아있다는 여지를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연성권력 행사를 통해 미국의 외교입지 선점을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질문이었죠?

악화일로를 걸을 수도 있었던 북-미관계를 아직 부과하지도 않았고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제재를 물려준다는 기상천외한 밀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성권력 행사로 해석할 여지도 있겠습니다. 대화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자임하려 했지만 북-미간 충돌로 입지가 좁아진 문재인 정부에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조셉 나이가 주창한 ‘소프트 파워’와 가장 거리가 먼 권력자 중 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소프트 파워보다는 하드 파워를 구사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관철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설득 보다는 강압이, 우아한 협상보다는 윽박지르는 식의 최후통첩이 주 무기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이미 예고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대발표’에 대한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타고난 비즈니스 맨인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와 관한한 실질적인 양보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북한도 쉽게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경파인 최선희와 볼턴의 시간이 다시 협상파인 리용호와 폼페이오의 시간으로 옮아가려면 상당 시간의 냉각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 박사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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