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모비스 엘리엇에 압승…투기자본 잇속에 등 돌린 주주들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2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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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배당·사외이사 선임안 모두 부결, 현대차 방어 성공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왼쪽)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3.22/뉴스1 © News1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왼쪽)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3.22/뉴스1 © News1
이변은 없었다. 연간 당기순이익의 4배 이상을 배당으로 내놓으라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어깃장에 주주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예상됐던 결과다. 기업 생존을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운전자본이 필요한데 엘리엇은 곳간을 통째로 털어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기업가치를 훼손해서라도 수익을 챙기려는 투기자본의 민낯이 드러나자 시장 반감은 커졌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라스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역시 엘리엇 배당안에 반대권고를 냈다. 주총 전 엘리엇은 주주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떠난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22일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제안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은 올해 1월 현대차에 주주제안을 보내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배당 총액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선주 배당까지 고려하면 배당 총액이 약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현대차 이사회 배당안은 주당 3000원이다.

현대모비스에는 보통주 주당 2만6399원, 우선주 주당 2만644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배당 총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은 주당 4000원이다.

표결은 회사 압승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엘리엇이 찬성을 이끌어낸 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11%에 불과했다.

엘리엇이 주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단기 수익을 챙기고 빠지려는 투기자본 특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확보하고 있는 유동성이 최소 8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이 돈을 배당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곳간을 모두 털어내 수익을 챙겨가겠다는 뜻으로 기업가치 저하를 우려한 주주들의 외면을 받았다.

매년 시장친화적인 주주배당을 이어가려면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주들이 엘리엇에 등을 돌린 이유로 해석된다.

논란이 많았던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사외이사 후보 각각 3명, 2명을 추천했다.

이중 현대차에 제안한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이다. 이 회사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해당 후보가 사외이사에 부임할 경우 현대차 수소경제 전략이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제안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 역시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의 CTO다. 올해 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이다.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하면 이해상충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입맛에 따라 현대차가 아닌 경쟁사에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이 경우 엘리엇이 추천 사외이사를 활용해 현대차그룹에 다시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제시한 현대차 후보자 3명은 찬성률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에 추천한 후보자도 모두 탈락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배당안 요구가 역효과를 불렀다”며 “기업경쟁력과는 무관하게 단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벌처펀드의 특성을 드러내며 주주들이 회사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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