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영아]오버투어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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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더발런은 관광객들이 성매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홍등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시가 내년 1월부터 홍등가 가이드 투어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민 85만 명인 암스테르담에 지난해에만 관광객 1900만 명이 몰렸고, 2025년에는 29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취해진 조치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네덜란드에서 “성 노동자들을 구경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회 결의도 한몫했다고 한다.

▷과도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점령하고 현지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살던 곳이 관광지화하면서 주민들은 환경생태계 파괴, 교통 대란, 주거난 등에 시달리게 된다. 땅값이 오르면서 임대료도 급등한다. 결국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마저 일어난다. 60여 년 전 17만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3분의 1로 졸아든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유명 관광도시들은 온갖 대책을 내놓는다. 연간 5000만 명이 찾는 일본 교토는 휴대전화 망을 활용해 방문자를 측정하고 관광 인파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별로 뾰족해 보이진 않는다. 몰려드는 관광객은 물론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된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은 2013년 1036만 명에서 지난해 310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들이 창출하는 내수가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효과까지 낳고 있다. 가령 관광객 수요 덕에 매출이 급증한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36년 만에 일본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1990년대 이후 침체돼 있던 일본 전국의 땅값도 지난해 27년 만에 올랐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1535만여 명.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 등에서는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와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북촌에서는 시간제로 관광을 허용하는 등의 자구책 도입에도 나섰다. 차제에 지방과 외곽 등에 좀 더 많은 관광자원을 개발해 관광객을 분산함으로써 오버투어리즘을 피하면서도 관광 특수를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할 듯하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홍등가#외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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