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기수확’ 제안 이어… 강경화 “대북제재 단계 완화 살아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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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해법 ‘남북미 동상삼몽’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과 유엔 대북제재 중 핵심 5개를 맞교환하자는 북한의 제안에 “완전한 비핵화 후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강 장관의 발언은 청와대가 전날 빅딜과 스몰딜의 중간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과 ‘조기 수확(early harvest)’ 개념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대북제재 단계적 이행방안 미 측 입장”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북제재 해제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살아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재차 “단계별 상응조치에 제재완화도 포함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앞서 같은 당 추미애 전 대표와의 질의응답에선 “미국 측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사뭇 다른 말을 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단순 실언일 수도 있지만, ‘빅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전의 미국 입장과 섞여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혼동을 빚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 비핵화 해법 두고 남북미 ‘동상삼몽’

강 장관의 발언처럼 한국 정부가 하노이 회담 후 내놓는 해법과 제안들이 남북미의 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17일 내놓은 비핵화 대화 재개 해법인 ‘굿 이너프 딜’과 구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시한 ‘조기 수확’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폐기는 물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괄하는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북-미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절충점을 찾자는 것. 미국이 주장하는 ‘토털솔루션’ 대신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 및 상응조치부터 먼저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신뢰수준을 높여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는 대신 크게 2, 3개 단계로 나눠 합의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문제는 북-미가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위해선 핵시설의 포괄적 신고 계획이 포함돼야 하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조치는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각에선 조기 수확 개념에 대한 미국 조야의 거부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기 수확은 2005∼2007년 6자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에 제안했던 방식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청와대가 제시한 ‘조기 수확’은 현 상황에선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초기 조치로 핵무기, 핵물질 반출 등 뒷단계에 있는 조치를 앞으로 당기는 식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한기재 기자
#북한#비핵화#대북제재#강경화#하노이 노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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