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벌었어” 입만 열면 ‘뻥’…허언증과 거짓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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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3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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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기면 더 심해…가까운 사람이 도와줘야 고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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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로 수십억원을 벌었다고 해서 SNS에서 유명세를 타던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실체를 폭로하는 글이 얼마전 인터넷을 달궜다.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차와 시계를 본인 것처럼 올리고, 지인들에게 투자를 해준다면서 빌린 10억원을 갚지 못해 결국 잠적해버렸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자신조차 속이는 ‘공상 허언증’에 걸린 사람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상허언증은 명망이 높은 사람이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말했을 때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과장된 소문에 의해 나중에 스스로도 본인이 한 거짓말을 믿어버리게 되는 정신과적 증후군이다. 질병은 아니다.

23일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허언증은 ‘거짓말’과 ‘망상’의 중간정도의 정신병리학적 증상”이라며 “실제로 1억원을 벌었는데 이를 5억원으로 부풀리는 등 어느정도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진단하기 매우 힘들다”라고 말했다.

망상은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상 가운데 하나다. 남들에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착각하는 ‘피해 망상’, 특정 연예인 등 유명인사와 사귀거나 가족관계라고 착각하는 ‘관계망상’ 등이 있다. 망상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감별할 수 있다. 하지만 공상허언증은 현실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사실이 주변인들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결국 스스로 믿어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허언증은 본인의 학벌, 외모 등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구의 세계를 꾸며내는 ‘리플리 증후군’과는 다르다. 허언증은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뿐만 아니라 불리한 이야기도 쉽게 부풀려서 말한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그 사람이 무슨 득이 된다고 그런 말을 하겠어?” “그 사람은 여태껏 쌓은 업적이 있기 때문에 더 훌륭한 일을 할 사람이야”라고 평가한다. 한번 소문이 퍼지면, 본인 스스로도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어버려 나중에는 사실을 덮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처럼 허언증은 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의지하는 사람들에서 나타난다. 조현병, 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약물치료나 입원치료는 필요없다. 다만 잘못된 믿음과 거짓말로 사기 등의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언증 치료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 애인, 친한 친구들의 도움이다. 가까이에 있는 지인이 허언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툭 터놓고 본인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왜 거짓말 하니?”라며 몰아가는 것보다는 “당신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돌려말하는 것이 좋다. 또 소문을 부풀리는 특정 지인들과 만남을 자제시키고, 인터넷 등에 거짓된 글을 올리지 못하게 도와줘야 한다.

최준호 교수는 “사진 편집 기술, 인터넷 등이 과도하게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온라인에서 한 말들이 쉽게 퍼지는 것도 유발 원인 중 하나”라며 “사회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고백했을 때 이를 용인해주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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