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살까지 일해야 하나” 지구촌은 지금 정년 고민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가동연한 65세… 해외선 어떻게
개인-회사-정부 연장 공감한 日, 잡음없이 65세→70세 상향 추진
인력난 심한 獨, 67세로 올릴 예정
러, 정년 늘렸다 반발 거세 수정… 伊 포퓰리즘 정권은 연령 낮춰

한국 대법원이 21일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稼動年限)를 기존보다 5년 더 올린 만 65세로 결정하면서 정년(현재 만 60세)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세계 각국은 정년 연장을 놓고 정부와 국민 사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년 연장 갈등은 ‘스트롱맨’의 정점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 정년 연장하는 일본, 정년 없는 미국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일본 정부는 2013년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종업원이 희망할 경우 모두 65세까지 고용하도록 기업들에 의무를 지웠다. 모든 근로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현재 65세까지로 돼 있는 고용 지속 연령을 더 올려 평생 현역 시대를 열겠다”고까지 말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70세 정년’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 회사, 정부 등 3주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사회적 갈등 없이 정년 연장을 이뤄내고 있다. 일본인들은 거의 이직하지 않고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닌다. 회사가 근로자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장기 근로를 환영한다.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정년 연장에 긍정적이다. 일본의 현역 세대인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1995년 약 8700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 부담으로 일본 정부 역시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정년 연장을 반긴다.

독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돼 있다. 연금 등 국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숙련공 부족이 워낙 심각해 시니어들의 노하우를 계속 활용하자는 목적이 크다.

미국이나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미국 의회는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막기 위해 1986년 65세로 규정된 법적 의무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같은 이유로 65세 정년이었던 것을 2011년에 아예 없앴다. 다만 양국 모두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연금 수급 시기는 지속적으로 늦추고 있다.

○ 정년 둘러싼 사회 갈등도 커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은퇴와 연금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남성은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현행 55세에서 63세로 늦추는 안을 추진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80%가 넘는 지지율은 60%대로 급락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성의 은퇴 연령을 당초 63세에서 60세로 5년만 늦추고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일찍 은퇴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수정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탈리아의 극좌-극우 포퓰리즘 정권은 정년 연령을 낮췄다. 38년 이상 연금을 납부한 사람의 경우 은퇴 연령을 67세에서 62세로 낮추는 법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 “정년을 낮추는 이탈리아의 계획이 국가 잠재 성장률을 낮추고 연금의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62세로 정해져 있는 은퇴 연령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정년 연장의 파괴력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노조는 62세 은퇴 연령을 건드리는 순간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라는 경고를 해 왔다. 실제 10년 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했을 때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파리=동정민 / 뉴욕=박용 특파원
#정년 연장#가동연한 65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