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연한’ 65세 상향 왜? “실질 은퇴 72세 등 고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1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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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선고…30년 만에 판례 변경
가동연한, 1989년 만 60세→2019년 만 65세
"사회경제 구조 및 생활여건 급속 향상·발전"
'보험금·법적정년' 등 보험업 및 노동계 파장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에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의 급속한 상향·발전이 핵심 근거가 됐다.

지난 1989년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규정한 대법원 판례를 30년이 흐른 현재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발전됐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모씨 등이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해 산정한 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유지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노동자의 가동연한이란 ‘일을 했을 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시점의 나이’로, 사고 등으로 숨지거나 영구적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에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한 척도로 활용됐다.

대법원은 지난 1989년 12월 전원합의체 선고를 통해 가동연한을 기존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변경했다. 당시 대법원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때 가동연한을 만 55세로 형성한 판례에 대해서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의 발전을 이유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향상했다.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규정한 판례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지돼 왔고, 사회 곳곳에서는 변화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법원의 일부 하급심에서도 시대 변화를 반영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높여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공개변론을 통해 양측 변호인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지난 1989년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같은 취지로 가동연한을 상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민 평균여명(평균수명)은 1989년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2017년에는 남자 79.7세에서 여자 85.7세로 늘었다. 법정 정년은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실질 은퇴 연령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게 대법원 측 설명이다.

경제적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9년 6516달러에서 지난 2015년 2만7000달러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3만 달러에 이르는 등 4배 가까이 향상됐다.

법제도 또한 정비·개선된 점도 참작됐다. 지난 2013년 6월 개정된 고용보험법에서는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국민연금법에서는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점차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의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정한 점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가동연한을 만 63세로 올리는 게 타당하다는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만 60세 이상으로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도 결국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같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보험업계 및 노동계 등 각계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보험금 지급 인상뿐만 아니라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된 법정 정년에 대한 향상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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