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기술 보유한 北,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 실현 가능한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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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은 신년사에서 공식적으로 핵무기의 제조, 사용, 이전은 없을 것으로 천명한 바 있습니다. 비핵화 의지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 당국의 핵무기·기술의 보유 시인이 전제되어 있음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해도 북한이 보유한 핵기술이 소멸되거나 폐기·이전되는 것은 아니기에 과연 진정한 의미의 북한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비슷한 사례로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JCPOA) 탈퇴 선언 이후 핵 개발 재개를 언급한 바 있기에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한반도문제연구회)

A. 학생의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핵무기와 핵기술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것인지, 둘째,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지입니다.

먼저 질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를 보면 핵무기와 핵기술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기술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에 몰두하려 한다면 지금처럼 대화를 지연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버는 협상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현재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핵화라는 표현을 말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 즉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가 보장되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죠. 이러한 표현은 과거 북한이 핵개발 과정에서도 늘상 했던 말입니다. 위협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없어져야 하고, 체제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즉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경제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논리를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상황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 등의 용어를 섞어가며 마치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3대 핵시설.
북한의 3대 핵시설.

북한 논리대로라면 비핵화 이전에 한미동맹도 해체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모두 해제해야 하는데, 핵무기 비확산체제와 한국의 안보를 고려할 때 이러한 북한의 논리를 수용할 수 없죠. 핵무기를 개발하면 체재 생존에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고 믿게 될 경우 핵무기 비확산체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너도 나도 하겠죠. 또한 한번 해체된 한미동맹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다시 복원될지 불확실하구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인데요. 만일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철저한 신고·검증을 거부한다면 결국 핵무기와 핵기술을 보유하려는 것으로 봐야겠죠. 시간을 끌며 핵보유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비핵화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신고와 검증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거든요. 따라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기술이 소멸되거나 폐기·이전되는 진정한 의미의 북한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지의 문제인데, 과학적인 의미에서 진정한 비핵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정치적 의미에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제1조에 있는 것처럼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핵비확산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하도록 만들면 되거든요.

북한은 현재 핵탄두 기술, 수십 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백 kg의 핵물질, 그리고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폐기해야 합니다. 먼저 정확한 신고·검증을 통해서 북한이 생산한 핵무기 및 핵물질을 추적하고 이를 폐기해야 합니다. 시료채취와 의심시설 방문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할 수만 있다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의 총량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핵물질을 만들 수 있는 핵시설과 핵무기 제조 공장을 폐기해야 합니다. 영변 핵시설과 기타 미공개 농축우라늄 시설, 그리고 핵탄두 제조 공장과 미사일 공장, 핵무기 저장 시설, 그리고 연구시설과 관련 자료 등이 대상입니다. 이 역시 국제기구나 관련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제대로 했는지를 검증해야 하구요. 마지막 마무리 작업으로 과학자 및 기술자 등 관련 전문 인력을 해산하고 이들을 다른 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핵무기를 다시 제조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난해 5월 폭파당시 모습. 북한은 이 때 CNN 등 외신기자 24명을 초청했지만 전문가들의 참관은 허용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난해 5월 폭파당시 모습. 북한은 이 때 CNN 등 외신기자 24명을 초청했지만 전문가들의 참관은 허용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이와 관련하여 북한이 자신들의 핵능력을 숨기고 거짓으로 신고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북한에 핵무기를 만들어 본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핵무기를 다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는데요.

거짓 신고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의심시설 방문이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플루토늄 방식의 핵개발은 영변 재처리시설의 화학물질을 분석해서, 그리고 농축우라늄 방식의 핵개발은 원심분리기에 남아 있는 물질들을 분석해서 그간의 핵 활동 내용과 무기급 핵물질의 총량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일부 시설을 숨길 경우를 대비해서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해 온 의심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 훗날 탄로 날 것이 두려운 북한이 거짓 신고를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물론 북한이 숨겨 놓은 시설을 끝내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북한 핵능력 100% 추적을 의미하는 ‘과학적인’ 관점에서의 진정한 비핵화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신고·검증이 보장될 경우 핵 활동을 추적할 수 있고 북한이 핵을 숨기기가 어려워집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몰래 보유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부과되는 거죠. 그래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비핵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존재한다면 이란핵협정(JCPOA) 사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미 북한 내 핵시설들이 다 폐기된 상황이기에 핵무기 제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농축우라늄 시설 건설이 상대적으로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외부의 눈을 속여야 하고 관련 물자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개발이 탄로가 나면 북한은 다시금 어려운 외교적·경제적 환경을 맞게 되겠죠. 특히 북한의 핵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NPT와 IAEA에 가입하게 하면 일종의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려 들 수는 있겠지만, 이미 북한에 무기급 핵물질과 핵물질 제조 시설을 폐기한 상황이기에 잠재적 핵무장 능력 수준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잠재적 핵무장 능력은 우리나라나 일본도 가지고 있어요. 북한 못지않게 고도화 된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국제관계나 경제문제로 인해 개발하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잠재적 핵능력 부분은 걱정은 해야겠지만 그 상황에 맞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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