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세메냐… 뛰느냐 못 뛰느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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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F 제재 규정 강화에 제소… CAS 최종 심리 결과 3월 발표

“나는 여성이며 여성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인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사진)가 다시 성별 논란에 휩싸이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남성의 특징을 보이는 여성 선수들에 대해 출전 규정을 강화한 조치에 반발하며 CAS에 출전 권리를 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IAAF는 지난해 11월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5nmol/L(혈액 1리터당 나노몰)이 넘는 여성의 경우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10이었다. IAAF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7.7∼29.4, 여성의 수치가 0.12∼1.79인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IAAF는 일정 기간 기준 수치 이하로 낮추는 치료를 받으면 대회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IAAF 규정 강화 직후 세메냐는 “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일 뿐이며 태어난 그대로 달리길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아공 육상계도 “세메냐가 IAAF의 표적이 됐다”고 반발했다.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 여성 선수의 3배가량으로 IAAF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세메냐는 2013년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10 이하로 맞추기 위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치료 후의 기록은 1분56초35(2011년)에서 1분58초93(2013년)으로 떨어졌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0.9에서 7.3으로 올라갔을 때 근육량은 4%, 근육 강도는 12∼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메냐의 몸에 자궁이 아닌 고환이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의학계에서는 세메냐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의 중간인 ‘간성(inter-sex)’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IAAF는 세메냐가 남성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다른 여성 선수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 당시 세메냐와 겨뤘던 영국의 린시 샤프는 “누구나 (세메냐의 성별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CAS는 18일(현지 시간)부터 22일까지 5일간 심리를 진행한 뒤 다음 달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캐스터 세메냐#성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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