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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얼음장 녹이는 문화콘텐츠… 한일 ‘82년생 김지영’들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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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얼음장 녹이는 문화콘텐츠… 한일 ‘82년생 김지영’들의 공감

도쿄=김범석 특파원 , 도쿄=박형준 특파원입력 2019-02-20 03:00수정 2019-02-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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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놀랐고 기쁩니다. 무엇보다 (여성 차별이라는) 이야기와 고민을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19일 오후 일본 도쿄 기노쿠니야(紀伊國屋)서점 신주쿠 본점 4층 강당에서 조남주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독자와의 토크 콘서트에서는 약 400석이 모두 가득 차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100만 부가 팔린 조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은 12월 일본에서 출간된 뒤 두 달 반 만에 발행 부수 8만 부를 넘어섰다. 일본에서 한국 작품이 1만 부 이상 발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8만 부’는 한국 소설, 에세이를 통틀어 처음.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레이더 조준’ 갈등 등으로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의 냉각기에 접어들었지만 일본 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뜨겁게 타오르는 모습이다.

○ 8만 부 발행된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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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여성 차별을 다룬 이 책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조 작가는 “12년 동안 조직적으로 여학생들에게 점수 차별을 해오다가 물의를 빚은 도쿄의대 사례 등 일본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소설 속 주인공 이름들을 일본식으로 바꿔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소설 속 상황이 현재 일본 사회와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조 작가는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선 보육 및 고용에 관한 소위 ‘82년생 김지영법’이 발의됐고,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상대자도 구속됐다”며 “이 작품이 사회 변화와 함께 기억되는 소설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보육원 수가 부족해 워킹맘들이 보육원 신청에 떨어지는 것을 비판하는 기사를 봤다. 서로 다른 국가와 환경에 있지만 두 나라 여성들의 비슷한 경험과 사회 분위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 씨는 “한국 문학에 관심이 없던 일본인들이 책을 사기 시작할 정도로 한국 문학에 대한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기노쿠니야서점 신주쿠 본점에는 한국 소설, 에세이 코너가 따로 마련됐으며 신경숙 공지영 등 유명 소설가의 책은 한국 원판이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는 일본 청소년층

소설뿐만 아니라 일본 내 케이팝의 인기도 시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의 싱글은 6일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첫 주에 22만 장이 판매됐다. 시부야의 한 백화점에는 이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매장도 들어섰다. 18일 현장에서 만난 이토 마리코 씨(22)는 “일본인 멤버가 있지만 케이팝 특유의 ‘쿨함’이 멋지다”고 했다.

문학, 캐릭터 산업, 영화 등 소비 범위도 더 넓어졌다. 최근 도쿄 시부야구 오모테산도(表參道)에 들어선 ‘카카오IX’의 캐릭터 ‘어피치’ 체험형 매장에는 개장 한 달 동안 35만 명이 방문했다.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박열’도 개봉되는 등 문화 교류는 탈정치성을 보이며 활발해지고 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최근 일본 내 한국 문화 콘텐츠 확산에 대해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 계층이 어려졌다”며 “정치와 문화가 투 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8일 “어릴 적 할머니나 어머니 무릎 위에서 한류 드라마를 보던 10, 20대 일본 여성이 한국 콘텐츠 소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의 정치 역사 이슈와 문화적 친밀감을 분리해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문화콘텐츠#한일#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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