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여론 재판? 고은, 법이 살려준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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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8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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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고은 시인(86)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8)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최 시인이 "저는 제가 질 거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2월 동아일보에 1000자 분량의 글을 보내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의 글 내용과 법정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저한테는. 제가 분명히는 본 사실이고 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저는 뭐 지는 걸 상상도 안 했고 이길 거라 확신했지만 그래도 판결 하루 전날부터는 마음 조마조마하더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시인은 소송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소송 걸린 초기에 사실 제가 증거 자료를 찾는데 게을렀다. 내가 오히려 고소를 해야 되는데. 제가 1990년도 후반 작가회를 탈퇴했다. 그래서 당시 24년 전에 같이 술 마시던 문인들과 연락이 몇십년간 끊겼다. 그러면 나랑 같이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을 찾아야되는데 기억이 잘 안나더라. 한 사람 기억해내서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또 그때 누구도 있었다 해서 문인들 연락처를 알아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이 나왔는데 '자기도 그 현장에 있었다. 최 시인이 본 걸 자기도 봤다'라고 해서 녹취했는데 막상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자기가 말한 건 고은 시인의 기행이었지 추행은 아니었다고 하더라.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 놀랐다"라고 덧붙였다.

진술을 번복한 문인, 증언에 나서주지 않은 문인들에 대해 최 시인은 "몸을 사리는 거다. 괜히 정의감에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하니까. 이해된다. 문인들도 하나의 직업이고 최정점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 문인들은 평론가이자 교수이자 편집위원이자 심사위원인 문단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사실 문단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고은 시인도 두렵지만 또 고은의 뒤에 있는 사람들. 그 살아 있는 권력이 두려웠던 것"이라고 이해했다.

'고은 시인 명예회복 대책위'가 "여론 재판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최 시인은 "무슨 여론 재판이냐. 법이 살려준 줄 알아라. 제가 만약 여론 재판을 하고 싶었다면 더 많은 언론과 인터뷰하고 언론에 노출됐을 것. 저는 그냥 깨끗하게 법정에서 법리다툼으로 이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1심 판결에 의미에 대해 최 시인은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역고소 하는 일은 정말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하면 다른 피해자들이 누가 나서서 증언을 하겠냐. 모든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번 재판에서 확실하고도 완벽한 승리를 거두어서 앞으로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하는 그런 뻔뻔스러운 짓을 하면 건질 게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며 강조했다.

한편 고은 시인 측은 항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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