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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만 아는 지원 정책… 정작 상인들은 뭐가 있는지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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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만 아는 지원 정책… 정작 상인들은 뭐가 있는지 잘 몰라”

황성호 기자 , 염희진 기자입력 2019-02-18 03:00수정 2019-02-18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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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간담회 참석 자영업자-소상공인,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 들어보니
크게보기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자·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탁상 자리)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이들을 달랬다. 동아일보DB
청와대에서 14일 열린 자영업자·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미처 다 하지 못한 얘기들을 직접 들어봤다. 탁상에선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이경연 꼬세르 대표(46)는 “작다고 수출을 못 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1인 기업도 수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자수 쿠션 등을 파는 업체의 대표인 이 씨는 10년간의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생활을 끝내고 2017년 4월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 시장에선 한계를 느껴 해외 진출을 모색하려 각종 박람회도 찾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씨는 “창업할 때는 ‘신사업사관학교’ 정책 덕분에 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창업 후 수출을 하려니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한 단계를 넘으면 또 다른 단계에 막혀서 혼자 사업하는 입장에선 도저히 수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정책 홍보 부족을 꼬집는 의견도 많았다. 이날 대통령과 함께한 점심 식사 자리에선 영국 영화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자주 거론됐다. 이 영화는 일자리를 잃은 중년 남성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정부를 찾아가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경화 강화까까 대표(32)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혜택과 절차가 무엇인지 알아본 뒤 자리를 비우고 신청서를 내러 다닐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현장에서 홍보는 물론이고 신청까지 받는 수혜자 위주의 행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행정안전부의 ‘착한가격업소’에 등록해 아메리카노 한 잔을 2500원에 파는 대전의 홍흥식 씨(37)는 정부의 홍보 부족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착한가격업소는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된 제도로 대출금리 혜택, 성실납세자 지정 등의 혜택이 있지만 홍 씨는 기자가 그런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홍 씨는 “착한가격업소 등록 신청 후 실사까지 받았지만 혜택이 뭐가 있는지는 안내받은 적이 없어 지금까지 몰랐다”며 “관광지에 있는 홍보안내소처럼 오프라인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안내소’ 같은 곳이 생기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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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에서 천연비누를 만들어 파는 김수연 ‘오!은하수공방’ 대표(40)는 “1인이 운영하는 작은 공방이 큰 공장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게 말이 되나요”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화장품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동안 공산품으로 묶여 있어 생산자의 자격 조건이 없던 화장비누 등을 화장품 품목으로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조판매관리자 자격 기준이 생겨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비누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공방에서 혼자 비누를 만드는 김 씨나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 모두에 똑같이 적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 등에게만 제조판매관리자 자격을 주던 것을 일반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도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식약처에 지난달에 전화했더니 비누 제조하는 사람들이 지금 들을 수 있는 관련 교육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에 파악하고 있는 데이터만 효과적으로 활용해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호소도 나왔다. 대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 씨는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권분석 시스템엔 자영업자에게 가장 절실한 임대료 추이 정보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상권분석 시스템은 현재 인구밀집도 등의 정보만 제공한다. 그는 “정부에선 임대료의 변화를 세금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으니 이 정보를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하면 가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염희진 기자
#청와대#자영업자#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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