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갈치잡이’…원거리 조업에 내몰린 제주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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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6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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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 4년째 표류에 더 먼 해역으로 나서
잇따른 사고에도 대책 막막…“방수복 지원 절실”

13일 서귀포시 남동쪽 약 383㎞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29톤)가 전복돼 승선원 9명이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중 선장 박모씨(53)가 숨졌다. 사진은 해경이 이날 오후 1시54분쯤 박씨를 이송하기 위해 내려가고 있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2019.02.15/뉴스1 © 뉴스1
13일 서귀포시 남동쪽 약 383㎞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29톤)가 전복돼 승선원 9명이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중 선장 박모씨(53)가 숨졌다. 사진은 해경이 이날 오후 1시54분쯤 박씨를 이송하기 위해 내려가고 있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2019.02.15/뉴스1 © 뉴스1
제주도 근해 어족자원 고갈로 인해 어민들이 이른바 ‘목숨 건 원거리 조업’으로 내몰리면서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13일 오전 5시쯤 서귀포시 남동쪽 약 383㎞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29톤·승선원 9명)가 파도를 맞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호에 타 있던 선장 박모씨(53)와 선원 8명은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어선 2척에 의해 구조됐지만, 가장 늦게 구조된 박씨는 의식이 없었다.

구조 요청을 받은 해경은 헬기를 급파했지만 거리가 먼데다 중간 급유가 필요하다보니 이날 오후 1시54분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박씨는 이날 오후 4시40분쯤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같은 날 오후 1시18분쯤에는 서귀포 남서쪽 약 760㎞ 해상에서 서귀포선적 연승어선 B호(45톤·승선원 9명)와 삼천포선적 연승어선 C호(46톤·승선원 13명)가 부딪히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3일 서귀포시 남동쪽 약 383㎞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29톤)가 전복돼 승선원 9명이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중 선장 박모씨(53)가 숨졌다. 사진은 전복 사고 해역 위치.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2019.02.15/뉴스1 © 뉴스1
3일 서귀포시 남동쪽 약 383㎞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29톤)가 전복돼 승선원 9명이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중 선장 박모씨(53)가 숨졌다. 사진은 전복 사고 해역 위치.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2019.02.15/뉴스1 © 뉴스1

이처럼 제주 어민들이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어 원거리 해역에서 조업을 하다 발생한 사고는 2016년 37건, 2017년 20건, 2018년 37건에 이른다.

해양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제주 어민들이 원거리 조업에 나서는 이유는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 해역에서는 갈치 등 주력 어종의 어족자원이 줄어들어 조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일본 EEZ에서도 조업이 가능했으나, 이후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4년째 상호 조업이 중단되다보니 더 먼 해역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상문 제주도어선주협회장은 “일본 수역에서 조업을 해야할 시기인데 한일어업협정이 장기간 표류하다보니 한중 잠정조치수역인 중간수역으로 향하고 있다”며 “겨울철 대만 북쪽이 기상 변수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우험을 무릅쓰고 조업을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난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와 해경은 선단선을 꾸려 사고 발생 시 서로 구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쟁하면서 떨어져 조업을 하다 보니 곧바로 구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 회장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환자를 이송하는데 한참이나 걸린다. 경제적 손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인명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바다에 빠졌을 때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수복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에 따르면 체온 손실을 줄여주는 이 방수복은 최대 24시간까지 물에 뜬 채로 생존을 보장하지만 한 벌당 약 150만원에 이르다보니 개별적으로 선원 수에 맞춰 구비하기가 쉽지 않다.

도내 연승어선 150여척이 평균 약 10명씩 조업에 나선다고 봤을 때 방수복 구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22억5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3월 도의회 임시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일단 시범적으로 운영한 다음 효과가 있으면 확대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보다 단순 기관 고장에 따른 사고가 훨씬 많다”며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어선안전교육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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