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치매 위험? 침 한방울 검사로 95% 예측해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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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국책연구단 조기진단법 개발

‘팔자(八字)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치매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실제론 치매를 일찍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치매환자는 급증해 5년 뒤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국책연구단이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해 간단한 타액 검사만으로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 2일 내에 95% 정확도로 치매 예측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기존 치매 유전자(DNA) 검사의 정확도를 대폭 높인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고 23일 밝혔다. 침을 뱉거나 입안 세포를 면봉으로 긁어내 DNA를 채취한 후 분석하는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이틀 안에 95%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외 의료기관이 쓰는 치매 검사법은 DNA 속 아포지질단백(ApoE)이 e2, e3, e4 등 세 가지 형태 중에서 어떤 것인지를 검사기를 통해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e4 유전자가 치매를 유발한다. 다만 이 방식만으론 정확도가 70% 수준이다. 더구나 똑같이 e4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실제 치매 발병 위험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실시해야 치매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에 연구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e4 유전자가 T형과 G형의 두 가지 변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연구단이 보유한 유전체 빅데이터 4만여 명분과 대조해보니 T형 유전변이를 지닌 사람은 95%의 확률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세를 보였고, 그 발병 위험이 G형의 2.5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검사법이 ‘설탕과 소금’을 구별하는 수준이었다면, 새 방식은 소금이 ‘암염인지 천일염인지’ 솎아내는 것에 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이번에 밝혀낸 T형 변이를 서양인보다 더 많이 지니고 있어,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이상으로 높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 조기진단·치료가 치매 부담 해결책

연구단은 올 상반기 광주 치매예방센터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새 검사법을 통한 치매 검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연구단이 기존에 개발한 MRI 기반 치매 조기진단 지원 소프트웨어 ‘뉴로아이’(본보 2017년 6월 5일자 A1·2면)와 결합하면 치매 위험을 거의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연구단의 설명이다.

이런 검사를 거쳐 치매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 등 치매 유발 물질이 쌓이지 않게 해주는 의약품을 조기에 투약하는 등의 방식으로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81만3000명인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4년 100만 명을 돌파해 2030년 139만4000명, 2040년 22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60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7.2%에서 2030년 8.1%, 2040년 10.5% 등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 이건호 치매국책연구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은 “한국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6년 이전에 치매 부담을 대폭 줄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선대#치매#조기진단법#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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