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비건 첫 대면… 스톡홀름 외곽 산골서 3박4일 ‘합숙 담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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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북미 2차정상회담 실무 협의 착수
비건, 김영철 만난 뒤 스웨덴 직행… 먼저 온 최선희-이도훈과 의제 논의
‘비핵화+상응조치’ 테이블 올릴듯… 한국, 북미 실무협상 이례적 참여

야생동물 나타나는 산골 회담장… 철통 경비 19일 밤(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서부 외곽 멜라렌 호숫가에 위치한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장 입구. 경찰이 정문부터 언론 접근을 통제한 가운데 밤늦은 시간까지 실무단 차량이 종종 오갔다. 이곳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남북미 대표단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야생동물 나타나는 산골 회담장… 철통 경비 19일 밤(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서부 외곽 멜라렌 호숫가에 위치한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장 입구. 경찰이 정문부터 언론 접근을 통제한 가운데 밤늦은 시간까지 실무단 차량이 종종 오갔다. 이곳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남북미 대표단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19일(현지 시간) 늦은 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장. 멜라렌 호숫가와 깊은 산속에 둘러싸인 이곳은 기자가 이날 차로 이동하던 도중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사슴을 두 차례나 만날 정도로 고립돼 있었다.

인적 드문 스톡홀름 외곽의 회의장 주변이 갑자기 분주해진 것은 18일부터다. 남북미 북핵 실무협상 대표들이 속속 모여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개 실무협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7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 오전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차례로 도착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 방문을 줄곧 지켜봤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9일 오후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이곳에 합류했다. 한국, 스웨덴, 일본 언론들이 수 시간째 진을 치고 있지만 정문에서부터 사주경계를 늦추지 않는 스웨덴 경찰들의 철통 경비로 회의장 접근이 막혀 있는 상태다.

22일 출국 예정인 각국 협상단은 스웨덴 정부가 마련한 이곳에서 21일까지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며 협의를 진행한다. 19일 오후에는 스웨덴 정부 주최로 환영 만찬이 진행됐다. 19일 오후 이곳에서 스웨덴 정부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주최하는 소규모 원탁회의에 남북미 3국 대표가 참석했고 이는 20일에도 계속된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얀 엘리아손 전 유엔 사무부총장 등 다자 협상 경험이 있는 전직 정치인과 민간 전문가 등 30여 명도 함께했다.

현지에선 무엇보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첫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부터 시도했으나 계속 불발됐던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팀의 첫 만남이다. 북-미는 스톡홀름 협상 테이블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상징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제재 면제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모두 올려두고 ‘시퀀싱’(순서 맞추기) 작업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어렵사리 성사된 첫 실무 만남인 만큼 그동안 난산을 겪었던 ‘비핵화+상응 조치’ 조합이 단박에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ICBM 반출 혹은 생산 중단 정도로는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18일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이 끝난 뒤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졌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순한 북-미 실무급 회담이라기보다는 김영철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이후 곧장 열린 데다 한국까지 실무 회담에 사실상 참여하는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한국이 과거 6자회담 같은 다자협의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오거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협상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도훈 본부장은 앞서 9일 방한 중이던 켄트 헤르스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와 면담을 한 바 있어 사전에 스웨덴 측과 이번 실무회담 합류 가능성을 조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신나리 기자
#북미 2차정상회담#실무 협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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