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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우체국-병원-지하철… 야간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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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우체국-병원-지하철… 야간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목소리

유원모 기자 입력 2019-01-19 03:00수정 2019-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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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노동 찾기/신정임 등 지음/214쪽·1만4000원·오월의 봄
우정실무원 이중원 씨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하지만 낮과 밤이 바뀐 오후 9시가 이 씨의 출근시간이다. 12시간 내내 이 씨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우체국 택배 상자를 화물 운반대에 싣는다. 기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딴짓은커녕 자세를 바꿀 틈도 없다. 이 씨가 일하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우편 물동량이 몰리는 곳. 이 씨를 포함해 야간에 일하는 우정실무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이 씨는 “야간 노동이 2급 발암물질이라고 하던데 맞는 말”이라며 “사막으로 치면 여긴 고비 사막이 아니라 사하라 사막”이라고 자신의 일터를 비유한다.

이 책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야간 노동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우편집중국, 대학교, 병원, 공항, 지하철, 감옥, 급식소 등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편의와 안전을 만들어 내는 일터의 밤 시간이 무대다.

달빛과 함께하는 이들 가운데는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불규칙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유독 야간 노동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공기 청소 노동자들을 보자. 이들은 하루 평균 20대 이상의 비행기에 오르고, 1000개 이상의 변기를 닦는다고 한다. 그러나 소독제 안전교육은 물론이고 안전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이 현실. 이로 인해 CH2200이라는 유해 화학물질에 중독돼 병원 치료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책에 등장하는 야간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불면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불임 위험 등 건강 악화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 막차를 보내고 난 후 지하철 선로와 터널 곳곳을 점검하는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고, 한 지방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정직 공무원 A 씨는 2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교도소까지 꼭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부족한 수면 탓에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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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이 책이 ‘위험의 외주화’ ‘휴식 없는 노동’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달빛 노동 찾기#신정임#야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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