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알바 면접서 떨어져 본 적 없는 기자, 직접 구직활동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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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없어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이력서보고 구직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걸었어요. 올해는 지원자들이 줄을 섰네요.”

10일 서울 강남구의 A당구장.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지원한 본보 송혜미 기자(27)에게 당구장 사장이 말했다. 이 당구장이 채용하는 아르바이트는 목요일(오후 12시~오후 5시)과 금요일(오후 12시~오후 10시), 주당 총 15시간을 일한다. 시급은 8500원이다. 주휴수당은 따로 없다. 사장은 이번에 채용공고를 내고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공고를 낸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지원자가 5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당구장 사장은 “구직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면접 보는 것도 일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가파르게 오른 올해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년 구직자의 입장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 체험을 해봤다. 지원에 나선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 옷가게, 카페, 펍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다. 신문사 입사 직전인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카페에서 서빙, 음료 제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베테랑인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원한 30곳 가운데 서류심사를 뚫고 면접을 하자는 통보를 받은 곳은 절반인 15곳에 그쳤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곳 가운데 1곳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면접 2시간 반 전에 사장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또 다른 한 곳은 “집에서 지하철로 4~5 정거장인데 좀 멀지 않느냐”며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면접까지 거쳐 최종 합격된 곳은 화장품 가게, 라면 가게, 초밥집, 당구장 등 네 곳이었다.

면접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지원자가 최근 갑자기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옷가게는 “구직자가 일주일 만에 15명이나 된다”면서 면접 도중 이력서 뭉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채용자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 급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오른 지난해 1~9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공고는 850만4642건으로 2017년보다 122만3450건이나 줄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곳이 늘어나니 남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면접을 본 한 편의점 업주는 “구직자가 많아 며칠 뒤까지 지원을 받고, 12일 뒤 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 시행령에 넣어 의무화했지만 현장에선 ‘먼나라 얘기’였다. 면접을 본 곳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겠다고 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서울 관악구의 한 옷가게 점장은 “지난해는 아르바이트를 하루 5시간 썼는데 올해는 하루 4시간만 쓰고 있다”면서 “대신 내 일거리가 더 많아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휴수당은 고용인원 수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3명이라 주휴수당을 지급 안 해도 된다”며 이야기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구직자가 넘쳐나면서 상대적으로 아르바이트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으니 일을 할 거면 이틀은 무급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을 보름이나 둔 서울 동작구의 카페 주인은 “수습기간을 왜 두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잘 맞지 않으면 해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송혜미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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