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들의 ‘수업 폭망기’ 발간에 교육 당국이 총대 멘 이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7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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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교사가 됐고, 열정도 애정도 지식도 있지만 학생들은 맘대로 되질 않는다”

“책과 강연으로 알게된 수업성공 사례를 교실에 적용하면 왠지 어색하다. 요즘 말로 ‘갑분싸’ 되기 일쑤다. ‘장점을 적어서 내라’고 하면 학생들은 ‘저는 장점이 없다’며 어색해 한다. 그러고는 학생들 스스로 상처받는다”

“학생 자치와 리더의 자세에 대한 수업을 했더니 ‘역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보다’고 답한다. 이런 날이면 교사들도 그날 밤 잠 다 잤다. 매일 매일 자책한다. 학생들의 유리잔 같은 마음을 깨트렸다는 생각까지 든다”

현장 교사들의 수업 실패 사연들이 ‘공개수배’와 ‘자기 고백’을 통해 한 데 모여 책으로 나왔다.

공모전 이름은 ‘수업 폭망기’. 이렇게, 저렇게 해봤다가 폭삭 망한 수업 사례를 모은 것이다. 공모 후 교사들의 사례는 ‘혁신수업 사례 모음- 교사, 수업하다’ 초등편, 중등편으로 발간됐다.

수업 실패 사례를 책으로 펴내긴 쉽지 않지만, 교육 당국이 총대(?)를 멨다.

광주교대 광주부설초 최종희 교사는 공모에 제출한 글에서 “폭망기라니! 내 수업이 평가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두려워서 교실문도 열지 않는 선생님들에게 망한 수업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려달라는 것이 아닌가?”라며 당시 소감을 적었다.

최 교사는 이어 “‘이 수업 방법이 최고로 효과적이다’는 연수나 강의가 넘쳐나는 마당에 이런 사례를 모집한다는 자체가 재미있고 신선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수업폭망기 공모는 2017년 8월 공모시작 단계부터 SNS(페이스북)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광주교육청은 ‘수업을 바꾸는 100가지 아이디어-수업폭망기를 모집합니다’라는 공모를 진행해 ‘교사의 수업 실패 경험 공유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자’는 제안을 정책화해 시행했다.

해당 공모전 심사위원을 경력 3년 미만 신규 교사로 채운 일도 교육 현장에서 보면 혁신적인 일이었다.

사례집은 배포한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과 제주 등 전국 17개 시·도 각지 학교에서 도서 요청이 들어와 200부 넘게 관외 발송했다.

‘교사 수업하다’엔 수업 실패, 그에 대한 개선, 수업 혁신 등 100편의 실제 사례가 담겨 있다. 각 사례는 교사들의 ‘성찰’, ‘나눔’, 학생과 교사의 동반 ‘성장’, 수업 ‘협력’이라는 4개의 주제로 분류됐다.

장휘국 교육감은 17일 “수업만큼은 그 누구보다 현장교사가 전문가”라며 “교사의 전문성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자신이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나눔으로서 전문성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교육청은 앞으로도 교사의 자발성과 협력을 기반으로 교사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며 “교사들의 수업혁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교육청은 ‘현장의 교사가 전문가입니다’라는 철학으로 교사 서평나눔집 ‘교사, 독서하다’, 학습공동체 사례집 ‘교사, 함께 하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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