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0년간 탈북자 500여명 도운 중국인, 한국 망명 신청 거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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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성 출신 중국인, 미국 일간 WSJ에 주장
“라오스 살다 2004년 우연히 중국의 탈북자 밀입국 돕게 돼. 중국 공안에 두 번 잡혀가기도. 위험 느껴 2016년 한국에 망명 신청했지만 거절 돼”
WSJ “법적 다툼 결과 21일 나올 예정”
한국 법무부 관계자, “탈북자를 도운 사람의 망명 신청이 통과된 적은 없다”

한 중국인이 약 10년 간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내 탈북자 500여 명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고 그 때문에 신변 위협을 느껴 한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인 투아이룽(55)은 이같이 밝히고 “2016년 한국 망명 신청이 거부된 후 법적 다툼을 하고 있으며 21일 그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투아이룽은 자신이 중국 장시성 출신이며 라오스에서 건설 관련 업무 등을 하다 2004년부터 중국 내 탈북자를 돕게 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선 탈북 사실이 적발되면 탈북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데, 이 때문에 중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탈북자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다는 것이다. 투아이룽은 “(해외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비즈니스맨을 알게 됐는데, 그 비즈니스맨의 (한국인) ‘보스(상사)’가 ‘탈북자 한 사람 당 500달러씩을 지불하겠다’고 해서 그들을 라오스행 배에 태우게 됐다”고 말했다. 투아이룽은 한국인 비즈니스맨과 그 상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탈북자들을 돕기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0명 정도의 중국 내 탈북자를 라오스로 입국시켰고, 이들 중 일부는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투아이룽은 2006년부터는 한국의 천기원 목사와 손을 잡고 탈북자들을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일을 했다고 한다. 당시엔 1인당 1000달러를 받으며 한 달에 3번 씩 중국-라오스-태국을 왕복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활동이 중국 공안에 발각돼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7개월 간 구류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구류 기간이 끝난 뒤 2009년 3월 중국을 떠나 태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2010년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태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다시 라오스에서 살던 그는 2016년 주라오스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본국으로 돌아가자는 회유를 받았으나 중국에 돌아가면 체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당시 투아이룽은 제주도에서 한국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라오스에서의 그의 신변이 위험하지 않고 중국에서도 그가 정치적 이유로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망명 신청이 거절된 이후 법적 다툼을 벌여온 투아이룽은 21일 그 결과가 나온다고 WSJ에 전했다.

현재 제주도에 거주 중인 그는 “나는 내 양심이 내게 시키는 대로 했다. 미래엔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한국인은 내게 한국이 싫으면 떠나라고 하지만, 나는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개인의 난민 신청과 관련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면서도 “탈북자를 돕다 망명을 희망하게 된 사람의 망명 신청이 통과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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