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살빼라” 체중 관리 나선 시시 대통령…시민들 반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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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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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이집트 TV프로그램에서 뚱뚱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이집트를 철권통치 중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최근 “국민들은 더 많이 움직여 살을 빼야 한다. 특히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부터 건강과 체중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2016년부터 과체중 여성들이 TV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7일 걸프뉴스 등에 따르면 시시 대통령은 15일 관계 장관들에게 전국적 단위의 건강관리 캠페인을 마련하고, 대학교를 포함한 모든 국립학교에서 체육 활동을 핵심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 마라톤 등 더 많은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라고도 말했다.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사람들 대부분 과체중과 비만이다. 계단을 오르고 걸을 수는 있는가. 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일을 벌이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만이 고혈압과 심장발작, 뇌중풍(뇌졸중)을 증가시키는 원인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언론이 힘을 합쳐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국민 5명 중 1명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타렉 사기 교육부 장관은 16일 “내년부터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조깅 혹은 마라톤을 시킬 것”이라며 “학생들이 비좁은 놀이터를 벗어날 여러 방안을 고민 중”라고 말했다.

시시 대통령은 ‘툭툭’이라고 불리는 삼륜차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이집트에서 툭툭은 3~5이집트파운드(약 180~320원) 정도를 내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서민들의 교통수단이다. 불법인데다 교통 체증과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돼왔지만 정부는 시민들의 편의, 실업률 완화 등을 효과를 기대해 시내 중심가 통행만 금지시킬 뿐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체중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높은 물가와 실업률, 공공 의료 시스템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TV프로그램 출연자 제한 등을 논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이집트 시민은 SNS에 “정부의 독재가 비만의 원인이다. 우울하면 식욕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가”라고 적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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