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수출 제한 틈타… 중동 하늘 점령한 中 군사용 드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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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기술 경쟁력 앞세운 中드론, 사우디-이라크 등서 잇달아 도입
테러단체 공격-정찰 임무에 활용
美, 4월 수출규제 완화 나섰지만 中드론 인기 당분간 계속될듯

중국산 군사용 드론이 중동 하늘을 ‘점령’하고 있다. 중동 주요국들이 자국의 국익이 걸린 분쟁 지역에 중국산 드론을 투입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대지 미사일을 직접 발사하기도 하고 정찰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높게 떠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군사용 드론을 얼마나 보유했는지가 공군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중동 지역에서 중국산 드론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17일 영국 합동국방안보연구소(RUSI)가 발표한 ‘중동 지역 무장 드론’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들이 중국의 군사용 드론을 구입해 군사작전에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을 상대로 싸우면서 군사용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라크 정부도 테러단체의 군수품 보관소, 지대공 미사일 구축 지역 공격을 위해 중국산 군사용 드론을 260여 차례 사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중국산 군사용 드론이 중동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군사 기술 유출을 우려해 선별적인 무기 수출 정책을 펴왔다. 이라크,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용 드론을 도입하려 했으나 미국이 판매를 거부했다.

중국은 이 틈새를 공략했다. 미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 경쟁력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무기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중국은 특히 군사용 드론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에 이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임을 강조한다. 크고 작은 안보 위협을 안고 있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대당 가격 400만∼1500만 달러(약 45억∼170억 원) 안팎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중국산 군사용 드론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국가는 이라크다. 2015년 중국 우주개발 국영기업 중국항톈과기집단공사(CASC)가 개발한 ‘CH-4B Rainbow’를 3대 구입했고 2대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라크는 미국의 무인정찰기 겸 공격기 ‘MQ-1’ 구입을 바랐지만 거절당했다. MQ-1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알카에다 지도부 제거 작전에 투입되며 이름을 알린 드론이다.

아랍에미리트는 2013년 다수의 MQ-1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랍에미리트가 인도받은 드론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는 비무장 모델이었다. 미국이 무장 드론 판매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아랍에미리트는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윙룽’을 다수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모두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 공군기지에서 중국산 드론이 수차례 포착됐다. 요르단도 2016년 중국 ‘CH-4B Rainbow’ 2대를 사들였다.

중국 관영지 신화왕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6년 중국 군사용 드론 윙룽Ⅱ 30대를 구매했다. 중국이 해외에 군사용 드론을 팔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거래였다. 윙룽Ⅱ는 미사일과 폭탄을 최대 480kg까지 실을 수 있고 비행시간이 최대 32시간에 달하는 고성능 제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중국산 군사용 드론이 환영받기 시작하자 4월 무장 드론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견제에 나섰다. RUSI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도 중동 지역에서 중국 군사용 드론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 군사용 드론 (UAV·Unmanned Aerial Vehicle) ::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군사용 비행체. 지상통제소 및 위성통신을 통해 작전을 수행한다. 공지대 미사일 탑재 가능 여부에 따라 공격용, 정찰용으로 나뉜다.
#미국 무기수출 제한#중동 하늘 점령#중국 군사용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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