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뒤 두차례 범인 목격…오리발 내밀자 “너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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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6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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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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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일 오전 1시 경 광주 시내의 한 보도. A 씨(24·여)는 휴대전화를 보며 귀가하던 중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뭔가 이상해 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가슴을 만졌다. 그 순간 상대방의 얼굴과 마주쳤다. A 씨가 비명을 지르자 남자는 달아났다. 그는 범인의 얼굴을 뚜렷이 기억했다.

이틀 뒤인 9월 4일 밤 A 씨는 귀가하던 중 범인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 그는 “안경 쓴 것이랑 풍채가 같다”며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다시 이틀 뒤인 9월 6일 밤 남자친구가 차로 귀가시켜주던 중 집 근처에서 우산을 쓰고 서성거리는 범인을 목격했다. 112신고를 한 뒤 쫓아갔지만 범인은 사라졌다.

성추행 피해자가 범행을 당한 뒤 나흘 새 두 차례나 우연히 범인을 목격한 것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뒤 잠복해 피의자 김모 씨(29)를 검거했다. 경찰에서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해 A 씨와 대질이 이뤄졌다. A 씨는 대질에서 “너 맞잖아. 나 봤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정재희)는 김 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3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씨는 “A 씨가 피해를 입을 시각에 어머니 집에서 잤다”며 재판에서도 범행을 부인했다. “왼쪽 무릎을 다쳐 절뚝거리기 때문에 뛰지 못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지난해 8~9월 휴대전화를 사용한 위치는 모두 광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A 씨가 피해를 입은 시각에 아들은 집에서 잤다”고 진술했다가 검찰이 위증혐의로 수사에 착수하자 진술을 바꿨다. 김 씨가 지난해 9월 6일 빠르게 정상적으로 보행을 하는 모습도 CCTV 화면에 잡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두 차례 성추행 범행으로 4년을 복역한 뒤 출소 9개월 만에 세 번째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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