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 협상, 서두를 게 없다”…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닮아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6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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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을 압박하면서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비판해왔지만 ‘최대의 압박’ 정책에도 북한이 쉽게 비핵화에 나서지 않자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5일(현지 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미 핵 협상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수용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VOA는 “백악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훨씬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왔다”면서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대답한다”고 썼다. 이어 “그 나라(북한)가 매우 큰 경제적 성공을 할 아주 멋진 잠재력이 있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그의 주민을 위해 전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저 잘하고 있다”며 여전히 자화자찬했다. 협상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압박에 못 이겨 비핵화를 진전시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지도 밝힌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군축담당 조정관으로 근무했던 게리 세이모어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상응조치로 북한을 유인하고 있는데 이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는 사실만 빼면 오바마 행정부 방식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결단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결단을 할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북한은 여전히 해상 불법 환적을 통해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NBC는 전날 3명의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해상에서 유류를 환적하며 유엔 제재를 빠져나가고 있다” 며 “9월부터 8개국의 함정 및 정찰기 감시가 강화되자 북한은 한반도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이나 타국 영해에서 유류 환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는 북한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소형 선박을 활용하면서 유류 반입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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