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억원 초호화 결혼식, 한편엔 인도 빈부격차의 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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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열린 ‘1억 달러 초호화 인도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아난드 피라말(왼쪽)과 이샤 암바니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신부측에서 대부분 부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혼식 비용을 어떻게 분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출처 인디언 익스프레스
12일 열린 ‘1억 달러 초호화 인도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아난드 피라말(왼쪽)과 이샤 암바니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신부측에서 대부분 부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혼식 비용을 어떻게 분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출처 인디언 익스프레스
결혼 비용 1억 달러(약 1129억 원)에 세계적인 명사들을 불러 모으며 12일 치러진 인도 재산 순위 1위와 24위 가의 초호화 결혼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라는 해석도 있지만 빈부 격차의 그늘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부는 인도 첫 번째 부자로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61)의 딸 이샤 암바니(27), 신랑은 인도 24번째 부자인 피라말그룹 아자이 피라말 회장(63)의 아들 아난드 피라말(33).

결혼 이틀 전 열린 축하연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팝스타 비욘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참석한 것은 암바니 회장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설립한 클린턴 재단 주요 기부자인 것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그룹 계열사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가입자 2억 명으로 인도 최대 통신사)과 인도의 4세대(4G) LTE 전국망 구축에 이어 5G 이동통신 분야도 협력하는 사업 파트너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은 재산 470억 달러(약 53조1000억 원)로 올해 중국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 1위 부자에 올랐다. 세계 부호 순위는 19위다.

릴라이언스그룹 창업주 디루바이 암바니(1932∼2002)는 16세에 예멘으로 건너가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한 주유소 주유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인도로 돌아와 30대에 5만 루피(약 80만 원)로 무역회사를 세우고, 이후 작은 방직회사를 차린 자수성가형 사업가였다.


창업자 사후 두 아들 간 갈등이 있었지만 ‘왕자의 난’으로 가지 않고 장남 무케시는 석유 가스 부문, 동생 아닐은 전력 통신 부문을 나눠 맡아 회사를 성장시켰다. 무케시 회장은 2013년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을 설립해 동생이 하지 않던 통신의 무선 브로드밴드 사업에도 진출했고 딸 이샤를 2014년 회사 이사로 앉혔다.

무케시 회장의 사돈가인 피라말 가문 재산도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이른다. 1930년대 섬유 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부동산과 의약품 분야까지 확장했다. 아난드 피라말은 아버지 회사에서 사업 경험을 쌓은 뒤 2011년 독립해 설립한 부동산 회사에서 뭄바이 및 인근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부 이샤는 결혼식에서 순금이 발린 인도 전통 의상과 블라우스,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웨딩 가운을 입었다. 인도 언론은 이 옷의 가격만 약 9억 루피(약 141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다이아몬드와 잠비아 에메랄드 목걸이 등 화려한 보석도 하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두 재벌가의 결혼식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나온 허구의 결혼식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이 열렸다”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결혼식 기사에서 ‘올해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 상위 10%가 국가 소득의 63%를 통제하고 있다’며 부의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인도#빈부격차#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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