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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4% 인상 오보’ 파동으로 본 국회의원 보수 산정 실태와 외국사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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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4% 인상 오보’ 파동으로 본 국회의원 보수 산정 실태와 외국사례 비교

김상운 기자 , 최고야 기자 , 박정훈 특파원 입력 2018-12-15 03:00수정 2018-12-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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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셀프인상 비판 거셀때만 반짝 논의
英, 독립기구서 활동비 산정 사후 감독
美, 금융위기후 감세차원 10년째 동결
“행정부와 달리 국회의원들한테는 차량을 정부에서 지급을 안 해요. (국회의원) 보수체계를 바꾸면 (행정부와) 비슷하게라도 해 주나요?”(야당 국회의원 A)

“연봉제로 바뀌면 국회의장과 부의장, 위원장, 국회의원 연봉 간에 차등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다들 헌법기관으로서 선출된 공직자들인데 누구는 연봉이 많고 누구는 연봉이 적은 건 맞지 않고….”(여당 국회의원 B)

올해 3월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소위 회의록에 담긴 내용이다.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어깃장을 놓았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날 소위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의장 의견’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보수 개편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 전 의장은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대상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하고, 국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의원 보수를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활동비를 폐지하면 국회의원 세후 보수가 15% 정도 감액된다. 비슷한 내용을 담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함께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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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위 여야 의원들은 행정부와의 처우 비교나 의장단, 상임위원장 연봉과의 형평성만 따지다가 회의를 끝냈다. 20대 국회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듯했던 국회의원 보수 개편은 이렇게 흐지부지됐다. 두 여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셀프 인상’이다 뭐다 해서 국민 여론이 들끓을 때만 의원 보수 개편안이 반짝 논의될 뿐 여론이 식으면 국회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국회의원 보수 어떻게 정해지나

최근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세비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1억4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2000만 원(약 14%)가량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에 순식간에 19만 명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연봉 14% 인상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국회 사무처는 “세비가 14% 인상됐다는 보도는 사무실 운영경비와 차량 유지비, 유류비 등 의원 개인 보수와 상관없는 각종 지원 비용을 합산한 데 따른 오해”라고 밝혔다.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수는 크게 수당과 활동비로 나뉘어 있다. 수당은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정액 급식비로 구성된다. 활동비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로 돼 있다. 이 중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인상된 것은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 4개 항목이다. 나머지 3개 항목은 동결됐다.

금액으로는 의원 수당이 행정부 공무원들의 내년도 보수 인상률(1.8%)을 반영해 연 1억290만 원에서 1억472만 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전년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된 활동비(4704만 원)를 합친 의원 총 보수는 지난해보다 1.2% 오른 1억5176만 원으로 정해졌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만 국민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연봉 인상률을 정하는 ‘셀프 인상’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한 수당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면 국회 운영위 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스스로 삭감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직접 자신들의 수당을 증액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기재부에서 증액이 돼서 올라온 예산안을 추인하면서 인상이 확정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보수를 결정하는 외부위원회를 별도로 두자는 의견이 나온다. 매년 되풀이되는 ‘셀프 인상’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 올 3월 정 전 의장이 제안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는 비슷한 구조지만, 의장 직속기구여서 엄밀하게는 외부위원회로 보기 힘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의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세비 동결한다고 한번쯤 생색을 냈다가 다음번에는 슬그머니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의회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른 나라 의회는 어떻게

영국은 2011년 의회와 독립한 외부기구로 독립의회기준처(IPSA)를 설치해 국회의원 수당 산정은 물론 사용 내역까지 사후 감독하고 있다. 이 기구는 사법·감사 분야 전문가 3명과 전직 하원의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5년 내 의원을 지낸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영국도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직접 보수를 결정했지만, 2009년 의원들의 활동비 부정 사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제도가 바뀌었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 2세기 이래 영국 의회 최대의 부정 사건”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심각했다.

IPSA는 주로 공공기관의 평균 임금 인상률과 연동해 의원 보수를 조정하고 있다. 영국 의원 보수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3%, 1.4%씩 올랐다. IPSA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의원들의 각종 수당을 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이나 지역구 중 한 곳에 집을 얻을 수 있는데 호텔에서 머물 경우 런던 지역은 1박에 175파운드로 제한돼 있다. 의원들의 택시비는 오후 10시까지 근무했을 경우에만 지원한다. 지역구별로 의원들의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숙박비 등이 IPSA 홈페이지에 두 달마다 공개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보수를 결정하는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동결돼 있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노동자 임금 인상률에 따라 자동 인상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수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 보수는 17만4000달러(약 1억9640만 원)로 동일하다. 다만 상원 임시의장(19만3400달러)과 하원의장 및 여야 당 대표(22만3500달러)는 일반 의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

○ 국회의원 특권 ‘적당히’ 내려놓기

국회의원 보수와 더불어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야 모두 선거철이나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지만, 국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2016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출범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개혁안으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 구성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의무화 △면책특권 남용 방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투명화 △해외출장 의전 축소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개혁안 추진 성과는 미흡하다. 폭로와 막말로 인한 회기 내 면책특권 남용 방지 법제화는 “헌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 폐지가 불가하다”는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해외출장 시 공항 귀빈 대기실 사용과 재외공관 의전은 간소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특권으로 남아 있다.

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국회의원#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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