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감히 규제 풀어 ‘금융의 삼성전자’ 나오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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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금융 없이는 강한 경제가 있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동아일보가 지난 한 달간 금융산업 현장을 집중 취재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 등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시드니 싱가포르 호찌민 등 해외의 금융산업 현장도 직접 찾아갔다. 여기에서 한국 금융산업이 여전히 관치(官治)의 그늘 속에서 신음하고 있고, 국가 정책 수행 혹은 제조업 등 실물경제를 위해 존재하는 공공 인프라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리 경쟁국에서 금융회사들은 별다른 구속 없이 디지털기술과 금융을 결합해 신산업 창출의 최전선에서 뛰며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시대에 뒤처진 자산운용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해외로 뻗어나갈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우물 안 영업만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 규모 세계 12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한국이 세계 50대에 들어가는 은행 하나 없고 100대 자산운용사에 이름을 올린 운용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금융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몸집을 크게 키운 은행들은 새로운 금융기법과 상품을 선보이지 못한 채 안전한 담보대출 영업에 기대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각종 정부 정책을 위해 휘둘리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주요 수입원인 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직접 결정한다. 법, 시행령처럼 눈에 보이는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려오는 각종 구두 지침, 행정지도 같은 그림자 규제들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관치 잔재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는 ‘메가뱅크’, 박근혜 정부는 ‘창조금융’이라는 비전이라도 있었다. 지금 정부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뚜렷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는다. 한국의 인적 자원이나 정보기술 수준 등을 보면 금융에서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도체과가 없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었다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온갖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우리 금융 산업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금융산업#규제#자산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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