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 9일째’ 손학규 “합의제 민주주의 위한 선거제 개편에 몸 바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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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제 개편에 몸을 바치겠다. 몸이 허락하는 한 정장을 하고, 정자세로 꼿꼿하게 임하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을 벌인지 9일째인 14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느리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쉼 없이 밀려드는 외부 손님들을 웃으며 맞이하고 일어나 악수도 청할 정도로 아직은 건강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역대 단식 정치인 가운데 최고령(71세)인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 통과에 합의한 6일부터 단식을 선언하고 이날까지 25끼를 걸렀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텨 9일간 몸무게는 7kg이 빠졌다. 밤에는 차가운 로텐더홀 대리석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잔다. 혈압과 혈당 수치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 대표 비서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날부터 구급차를 대기시켜 놨다.

하지만 단식 시작 9일이 지나도록 여야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새로 취임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날 “선거구제 개편과 ‘원 포인트 권력구조 개헌’을 함께 논의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개헌과 연계 주장을 펼치면서 합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출구전략은 없다”며 더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손 대표에게 앞으로 전망과 다짐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신다고 들었다.


“탄식 투쟁 많이 해본 강기갑 전 의원이 찾아와 효소를 먹으라고 하더라. 안 그러면 뇌손상이 오고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 몸 바쳐서 선거제도를 바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마지막 한 가지를 기여하려고 한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청와대가 모든 걸 틀어쥐고 권력 균형을 못 이루면서 죽은 의회가 됐다. 제1당이 과반수 차지해서 청와대와 여당이 다 결정하는 시대는 갔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과 개헌을 연계하자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2년 전 (칩거 마치고) 하산할 때 ‘제7공화국’을 얘기했다. 연동형 비례제가 제7공화국을 여는 첫 번째 길이다. 당장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표심을 의석수에 반영하는 비례성을 강화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합의제 민주주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의회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살아나면 그때 대통령제에 대한 재고를 할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선거제도 개편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선거제 개편 목소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반에는 지지율 80, 90%였지만, 이제는 40%대가 됐다. 이번 예산안 통과 계기로 여당은 민주평화당 정의당과도 연대가 깨졌고, 앞으로 여당이 협조를 구하려면 우리한테 줄 것을 줘야 한다. 그게 협치다. 야3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해주고, 그 다음에 협치를 말해야 한다.”

―단식 말고 다른 투쟁 방법은 없겠나.

“나 살자고 하는 출구전략은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짬짜미’ 예산통과를 할 때 어안이 벙벙하더라. 제3당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 거대 기득권 양당에 자극이라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단식을 결심했다.”

―이 와중에 당내에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 얘기가 나오고, 한국당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바른미래당에 정치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의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한국당과 함께 하는 것이 쉽게 이뤄지겠나. 정치권에 금도라는 게 있는데 특히 정치 지도자는 말이 정제가 돼야 한다. 예의를 지켜 달라.”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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