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IMF,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하다… 28일 개봉 ‘국가부도의 날’
더보기

IMF,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하다… 28일 개봉 ‘국가부도의 날’

김민 기자 입력 2018-11-27 03:00수정 2018-11-27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외환위기 비공식 대책팀 이야기… 佛배우 뱅상 카셀 IMF 총재역 맡아
까다로운 소재 과감한 도전 참신, 복잡한 상황 선악 이분법 접근 한계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운데). 영화는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각기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6·25전쟁 이래 최대 국난(國難)으로 불린 1997년 외환위기. 국제통화기금의 약자인 IMF는 한국인에게 ‘저승사자’로 각인됐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곤두박질쳤던 당시를 정면으로 비춘다.

엄성민 작가는 IMF와의 협상 때 비공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국가적 위기를 해결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 배우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이 그 인물이다. 한시현은 일주일 후 국가 부도가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대책팀을 구성하지만 위기를 즉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시현과 이를 비밀로 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팽팽하게 맞선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파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달러 사재기부터 주가 폭락 시 큰돈을 버는 금융상품에 올인(다걸기)하고 강남 부동산을 싹쓸이한다. 영화는 외환위기 후 경제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현실을 조명한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으로 IMF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우진이 극 중에서 쓰는 고압적이면서도 빈정대는 듯한 말투는 실제 공무원 회식 자리에서 만난 고위 공무원들의 말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IMF 총재 역은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이 맡았다. 유아인은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마’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얼마나 눈먼 돈이고, 회한과 눈물이 들어있는 돈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경제와 금융이라는 까다로운 재료를 과감히 집어든 점은 참신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요리법으로 재료 다루기에는 실패했다는 인상이다. 한시현은 중소기업을,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출신 관료로 대기업을 대변한다. 한시현을 여성으로 설정해 남녀 차별 문제까지 어설프게 엮는다. 이런 대립구도 때문에 복잡다단한 외환위기 상황은 선과 악, 강자와 약자, 계층 대립구도로 단순화되고 만다. IMF는 한국을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려는 미국의 음모라는 암시마저 등장한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단순화겠지만 그 소재가 복합적 요인을 갖고 있는 실화이기에 설득력은 떨어진다. 차라리 위기에 베팅한 정학이나 외환위기를 겪은 후 악덕 고용주가 되는 공장장 갑수가 중심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 부도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 비어 있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건물 내부를 활용해 당시 분위기를 실감나게 담아낸 장치는 인상적이다. 가정집에 붙은 빨간 딱지, ‘금 모으기 운동’ 광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IMF에 대해 가르치는 모습 등 과거 역사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장면들은 20년 전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준다. 28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주요기사
#국가부도의 날#김혜수#뱅상 카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