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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최대한 얇게…김치 1조각만…어린이집 부실급식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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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최대한 얇게…김치 1조각만…어린이집 부실급식 ‘천태만상’

김윤종기자 입력 2018-11-21 18:17수정 2018-11-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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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어린이집 부실급식 사진들. 티가 잘 나지 않은 식재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윤을 챙긴다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캡쳐
서울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을 과일을 필요량보다 적게 산다. 하지만 과일을 정량대로 산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받고, 그 차액은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 썼다. 대신 아이들에게 급식할 과일이 부족한 만큼 사과라면 최대한 얇게 썰어 12조각을 낸 뒤 아이들에게 먹였다.

시민단체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가 14일 연 ‘어린이집 비리근절 간담회’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가 밝힌 부실급식 실태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김치 1조각, 불고기 3점으로 된 점심을 줘 ‘부실급식’ 논란이 발생하면서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냐”는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들의 부실급식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A 어린이집은 떠먹는 요구르트 1개를 아이 3명이 나눠먹도록 해 식비를 아꼈다. B 어린이집은 두부 2모로 50명이 먹을 국을 끓였다. ‘보육더하기 인권함께하기’에 따르면 보육교사 228명 중 71.9%(164명)가 급식 비리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사진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허다하다. C 어린이집은 학부모에게는 짜장면을 준다고 해놓고 짜파게티를 끓여 줬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 급식으로 닭죽을 준다고 할 때 닭 5마리로 끓었는지, 1마리를 끓이는지 학부모들은 알기 어렵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어린이집 원장들이 식재료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불법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어린이집 부실급식 사진들. 티가 잘 나지 않은 식재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윤을 챙긴다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캡쳐
부실급식의 1차 피해자인 어린이들은 0~5세인 탓에 식사양이 정해진 기준보다 적은지 자체를 알 수 없다. 교사가 아니고선 내부 고발이 힘든 구조다. 그렇다면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어린이집 원장은 각종 수입과 지출 등 회계정보를 ‘보육정보시스템’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식재료를 산 영수증만 확인할 뿐 식재료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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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관내 어린이집 급식 조리현장을 점검한다. 하지만 이때도 식재료 보관상태나 위생, 식중독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급식의 부실 여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전국 219곳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주로 영양사를 두기 어려운 소규모 어린이집에 식단을 짜줄 뿐 식단 관리는 역부족이다.

복지부 김우중 보육기반과장은 “내부 고발이 중요한 만큼 어린이집 급식비리 신고포상금(건당 100만 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이수두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개정해 어린이집을 지역 급식지원센터에 의무 등록시킨 후 식단뿐 아니라 급식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열린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열린어린이집’이란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공간을 개방하고 어린이집 운영 등에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는 운영 형태다. 학부모가 수시로 급식시간에 방문하면 섣불리 부실한 급식을 주기 어렵다.

주부 김모 씨(37)는 “학부모들은 유기농을 이용한 수준 높은 급식을 원하지만 하루 식품비가 1인당 1745원에 그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또 아이들이 음식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적게 여러 번 주는 것을 부실급식으로 오해한 경우도 있다. 학부모와 어린이집이 소통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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