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사기간 늘려놓고 부담 전가” 뿔난 건설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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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간접비 소송서 정부 손들어줘
“관급공사 맡았다 추가비용 폭탄”, 소송 211건 걸린 업체들 비상
공공건설 ‘1년단위 계약’이 문제… 시공사 불리한 제도 개선돼야

경남 함안군 소재 건설사인 ㈜제영은 최근 소송 1건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2012년 시작해 3년 만에 끝났어야 할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천 환경정비공사(발주액 88억 원)의 공사기간이 예정보다 2년 7개월 연장되면서 인건비, 현장유지비 등 10억 원 넘는 추가 지출이 생긴 것이 소송의 시작이었다.

하천 정비공사가 지연된 이유는 매년 반복된 발주처(창원시)의 예산 부족과 설계 미비 등이다. 회사는 창원시에 추가 금액(간접비)으로 약 10억 원을 청구했지만 “8700만 원만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관급공사는 매년 계약을 새로 하기 때문에 공기가 늘어난 총기간(2년 7개월)이 아니라 매 1년 치 계약기간보다 더 늘어난 기간(68일)에 대해서만 간접비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성훈 ㈜제영 대표는 “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어 지난해 10월 간접비 청구소송을 시작했다”고 했다.

건설업계가 간접비 폭탄에 떨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간접비 소송의 첫 최종 판결 때문이다. 대림산업 등 12개 건설사가 “서울지하철 7호선 온수∼부평 구간의 공사기간이 연장됐는데 간접비 280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최종심이었다. 건설사들은 1, 2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원고 일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창원시와 마찬가지로 전체 공사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차수(대개 1년)별 공기 연장에 대해서만 추가 비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의 7호선 간접비 판결 이후 영향을 받을 회사는 ㈜제영 외에도 적지 않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9월 현재 1∼3심에 계류된 건설사 간접비 소송은 211건에 달한다. 소송가액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법원이 정부 갑질을 공인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건설업계 대부분이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이유다. 건설업계는 이달 중 건설 단체와 노조가 공동으로 국회, 정부 등에 국가계약제도 개선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건설사와 정부 지자체 사이에 공공건설 간접비 분쟁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국내 공공건설계약 문제에 있다. 건설사와 정부 지자체는 ‘장기계속계약’이라고 부르는 계약을 맺는다. 예를 들어 4년 동안 400억 원을 투입하는 하천정비공사 사업이 있다면, 일단 1차로 1년 100억 원 계약을 맺은 뒤 부기사항으로 ‘총공사기간 4년, 총공사금액 400억 원’을 기재한다.

이듬해부터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서 공사기간은 총괄 계약보다 으레 늘어난다. 연간 100억 원짜리 사업에 40억∼50억 원만 배정해 공사기간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기간에도 사람, 설비가 투입되면서 간접비가 발생하는데,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시공사가 이를 국가로부터 돌려받기가 까다로워진다.

㈜제영은 다음 달 6일 창원지방법원에서 1심 최종 심리를 연다. 1심 재판부는 심리를 대법원의 7호선 간접비 판결 이후로 미뤘다가 최근 날짜를 확정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만 해도 지난해 매출이 18억 원에 불과해 소송을 건 액수가 매출의 절반에 이른다”며 “대법원 판결은 아쉽지만 앞으로 계약제도라도 손을 봐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간접비 소송#뿔난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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