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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싸대기’까지 패러디…韓 막드 버전업, 해외서도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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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싸대기’까지 패러디…韓 막드 버전업, 해외서도 ‘호평’

이지운기자 입력 2018-11-20 17:19수정 2018-11-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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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비키가 2016년부터 선보인 미국드라마 ‘드라마월드’는 시종일관 한국 막장드라마(막드)의 장치가 가득하다. 질투의 화신인 악녀부터 재산을 둘러싼 암투까지 막장의 필수요소 가운데 없는 걸 찾는 게 빠를 정도. 막드의 전설적인(?) 명장면인 ‘김치 싸대기’(MBC ‘모두 다 김치’)까지 패러디했을 정도. 워낙 인기가 좋아 곧 제작할 시즌2는 기존 분량을 2배로 늘릴 예정. 좋든 싫든, 이제 막드는 세계화하는 K컬처의 주요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막드, 경이로운 외연의 확장

MBC ‘숨바꼭질’에서 주인공 민채린(이유리·왼쪽)이 김실장(윤다경)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 김실장은 민채린의 친모다. 각종 막장 코드로 무장한 이 드라마는 15%대의 평균시청률을 올리며 막장 코드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MBC·넷플릭스 제공
출생의 비밀, 불륜, 폭력, 악당 캐릭터…. 한때 수준 이하의 작품성을 놀리는 말로 쓰이던 막드는 이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만의 색채를 가진 독특한 포맷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막드의 ‘버전 업’ 시점을 딱 10년 전인 2008년으로 본다. SBS ‘아내의 유혹’(2008)이 등장하며 막드를 집대성했고, 이 작품이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하나의 교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막장은 중장년 주부들이 보는 드라마란 인식을 상당히 벗어났다. ‘장르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젊은층이나 해외 팬에게 어필하고 있다.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빠지는 원인이 ‘아무도 못 알아보는 성형수술’ 때문이고, 불륜과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 등을 배치해 막드의 기본에 충실하다. 로맨틱사극과 결합한 tvN ‘백일의 낭군님’이나 SF의 표피를 뒤집어 쓴 tvN ‘아는 와이프’는 ‘하이브리드’ 막드라 할 수 있다.

한국 막장드라마 세상에 떨어진 한국드라마 팬 클레어 던컨(가운데)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드라마 월드’.
해외에서도 이런 막드의 추세는 상당히 눈에 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미국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는 설정은 막드지만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웰메이드 작품. 국내 막드도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숨바꼭질’의 악역 엄현경은 어릴 적 유괴돼 ‘원래 내 것’이었던 재벌집 딸의 위치를 이유리에게 빼앗겼다. 과거 막드에서 악당 캐릭터는 그냥 뼛속부터 ‘나쁜X’로 설정했던 것과 비교된다. 적어도 밑도 끝도 없이 악행을 저질르던 광인(狂人) 캐릭터는 이제 막장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는 오락성이라는 TV 매체 본연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장르다. 다만 오락성을 강조한다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등한시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

●‘짤방’ ‘PPL 노이즈마케팅’ 다양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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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에서 주인공들은 극적이고 슬픈 장면에서 PPL 상품인 짜먹는 감기약을 수시로 먹어댄다. 아무리 PPL이 넘쳐난다지만 상식 밖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막드가 애용하는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다. 욕은 실컷 먹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이를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만들며 유포시키는 ‘떡밥’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노이즈마케팅은 논란으로 확산돼 제작진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상황이 올 때도 있지만,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숨은 공신’이 된다.

특히 최근 방송가는 기존 시청률 경쟁보다 SNS 화제성이 뭣보다 중요해졌다. 모바일플랫폼이 영상콘텐츠 소비에서 주요도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최고 흥행작이었던 tvN ‘미스터 션샤인’조차 시청률 20%를 넘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막드는 훨씬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김치 싸대기’나 MBC ‘사랑했나봐’의 ‘주스 리액션’처럼 막드는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PD는 “2018년 막드는 강렬한 짤방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드라마 성패를 좌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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