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시간도 포함” “실제 근로시간만 계산” 최저임금 산정기준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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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추진

바른미래당은 9월 27일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및 의원들과 함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관련 단체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동아일보DB
바른미래당은 9월 27일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및 의원들과 함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관련 단체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동아일보DB
최근 대법원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한 회사의 대표 A 씨(6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사 직원 2명은 2015년 당시 최저임금 시급(5580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며 A 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직원들이 받은 주휴수당(일요일 8시간분)까지 포함한 기본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법원이 월간 근로시간을 정부와 다르게 봤다는 점이다. 법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 직원들의 월간 근로시간을 174시간으로 계산했다. 매달 근무 기간이 달라 월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는 한 달을 4.35주로 본다. 하루 8시간에 주 5일, 여기에 4.35주를 곱하면(8×5×4.35)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직원의 월간 근로시간을 통상 209시간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급을 고용부의 월간 근로시간(209시간)으로 나누느냐, 아니면 법원의 월간 근로시간(174시간)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근로자의 시급이 달라진다.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은 왜 벌어졌을까.

○ 문제는 보너스 개념의 주휴수당

고용부와 법원 간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주휴수당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주휴수당이란 일주일 동안 정해진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통상 하루 치 급여를 더 주는 것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한다면 통상 8시간분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추가로 받게 된다. 성실히 근무한 데 대한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반드시 줘야 한다. 하루 4시간씩 총 4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B 씨는 시급 7530원을 받기로 했다. 만약 주휴수당이 없다면 B 씨의 일주일 급여는 12만480원(7530원×16시간)이다. 하지만 B 씨는 14만5600원을 받는다. 이 차액인 2만5120원이 주휴수당이다.

문제는 일주일에 14만5600원을 받은 B 씨의 시급을 거꾸로 계산할 때 발생한다. 법원 계산법대로 하면 B 씨의 시급은 7530원이 아닌 9100원(14만5600원÷16시간)이 된다. 고용부는 주휴수당으로 인해 시급이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휴수당을 주는 주휴시간까지 월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시급을 계산할 때는 실제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포함시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직원의 월간 근로시간을 두고 법원은 174시간으로, 고용부는 209시간으로 보는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고용부의 계산법에는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 시 통상 8시간분의 주휴수당을 주는 만큼 이 8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주당 48시간에 4.35주를 곱하면 208.8시간, 이를 반올림하면 209시간이 된다.

○ 주휴수당 주고 범법자 되는 황당한 현실

문제는 고용부와 법원의 서로 다른 계산법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한 대기업의 생산직 직원 C 씨의 월급은 458만 원이다. 이 중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는 상여금이나 초과근로수당 등을 제외해야 한다.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산입 임금만 계산하면 C 씨의 월급은 176만 원이다. 이 기업은 노사 합의에 따라 실제 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토요일 8시간과 일요일 8시간에 대해 주휴수당을 지급한다.

법원의 계산법대로면 C 씨의 월간 근로시간은 174시간이다. 이를 최저임금 산입임금(176만 원)으로 나누면 C 씨의 시급은 1만115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보다 2585원이나 많다.

하지만 고용부의 계산법대로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C 씨의 월간 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을 받는 69시간(주당 16시간×4.35주)이 추가된다. C 씨의 월간 근로시간이 243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시급은 7243원으로 뚝 떨어진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법 위반이다. 보너스 개념인 주휴수당을 많이 준 사용자가 오히려 범법자가 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 대법원 판결 뒤집기 나선 고용부

그럼에도 고용부는 정부와 법원 간 근로시간 계산 방법을 통일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계산식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물론 고용부가 지금까지 계산해온 대로 주휴수당을 받는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 달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이에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휴수당을 많이 줄수록 오히려 최저임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노동조합이 센 기업일수록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돼 최저임금 계산 시 불합리한 점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주휴수당 문제가 불거졌다”며 “최저임금을 더 올리되 주휴수당을 없애거나 주휴수당을 유지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춰 경영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최저임금#주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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