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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움직이기 싫어하던 커리어우먼, ‘철인3종’ 경기에…도대체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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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움직이기 싫어하던 커리어우먼, ‘철인3종’ 경기에…도대체 어떤 일이?

양종구기자 입력 2018-11-17 14:00수정 2018-11-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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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움직이기 싫어하던 커리어우먼이 어느 순간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하는 스포츠우먼으로 탈바꿈돼 있었다. 출판 에디터로 밤늦게까지 책이나 영화를 보고 새벽에 1분이라도 더 자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던 아줌마는 ‘새벽 형 인간’으로 변신해 새롭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삶이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뀐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영미 작가(51)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 친구 부부 5쌍이 여름휴가를 맞아 지리산 근처로 여행을 간 게 ‘화근’이 됐다. 남자 셋과 여자 둘은 산을 오른다고 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차밭이나 둘러보자고 했다. 산에 올라갔다 밤늦게 내려와 그날 있었던 일을 화기애애하게 얘기하는 등산 멤버들을 보면서 짜증이 나면서도 부러웠다. 20세 때만해도 설악산도 단번에 올랐던 당당했던 내가 언젠가 ‘저질 체력’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화가 났다. 과연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 회의가 들었다.”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영을 시작했다. 30대 초반 수영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두 달 만에 그만뒀다. 바쁜 아침에 수영장까지 가기 애매해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주차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다른 집 차를 빼달라고 해야 했다. 귀찮았다. 눈이 안 좋아 물안경을 쓰면 시야가 좁아져 답답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수영을 하지 않아야 할 변명 거리를 찾아 다녔다. 감기가 들어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절대 수영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으로 수영과 담 쌓았다. 하지만 막상 체력을 키우고 싶었을 때는 수영장이 가까운 아파트로 이미 이사를 갔고 라식 수술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시작했다.”

6개월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주 5일 나가는 수영에 두 번이든 세 번이든 6개월까지는 하자는 버티기 작전을 시도했다. 솔직히 수영강습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물에서 허우적대다 회사에 출근하면 힘이 쫙 빠져 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버텼다. 그러니 달라졌다. 두 달, 세 달쯤 지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수영에 갈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뜨였다. 어느 순간 아침 일찍 움직이기 시작한 날에 오히려 기분이며 몸이 좋았다.”

수영 초보자들이 하는 발차기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6개월이 지나니 25m 풀을 쉬지 않고 4바퀴나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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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단순히 허약하고 운동, 땀, 근육과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단지 내가 단 한번도 6개월 이상 단련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몸이 달라지니 신기했다. ‘딴 것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바퀴부터 시작했다. 5km와 10km, 하프코스까지 완주했다. 마라톤 계에서 통하는 이른바 ‘두 배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두 배의 법칙은 5km가 익숙해지면 10km에 도전하는 등으로 거리를 두 배로 늘려가는 것이다. 2005년 ‘동마’로 불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했다.

“수영과 달리 달리기는 쉬웠다. 몸도 운동에 익숙해 있었고 수영으로 폐활량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풀코스 완주가 쉽지 않았다. 첫 도전에 5시간40분. 좀 우습게 알았는데 제한시간인 5시간을 훌쩍 넘었다. 걸었다. 차와 함께 달렸다. 먼저 운동에 빠진 남편이 동반주를 해줬지만 도움이 안 됐다. 잔소리뿐이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완주한 동호회 회원들이 나를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남편 따라 나가긴 했지만 동호회에 정식으로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었다. 학창시절 계주 멤버에게 열광하듯. 감동 받았다.”

철인3종에서 수영을 마치고 사이클을 타러 옮기는 장면. 이영미 작가 제공.
사람들이 왜 마라톤에 빠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제일 놀라운 것은 6시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녁에 가족들 밥 챙겨야 하고 대회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회의도 준비해야 하는데…. 온전히 나만 생각했다. 제한시간 안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완주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바로 남편이 참여하고 있는 동대문마라톤클럽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이 작가 남편은 아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 하다 넘어진 뒤 절치부심해 마라톤과 철인3종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 혼자 운동을 시작하고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달리는 등 남편이 간 길을 따라 가며 스포츠마니아로 변해갔다.

“삶이 바뀌었다. 천지차이가 따로 없다. 운동을 하려면 시간이 새벽 밖에 없다. 아이가 잘 때 일어나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1분만 더’ 잠을 청하던 과거는 사라졌다. 나무 잎 보고 새소리 들으며 달리는 게 좋았다.”

2007년 8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도전했다.

“어렸을 때 자전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었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아파트에서 요가 학원 갈 때 자전거를 탄 게 계기가 돼 자전거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결국 MTB에 이어 사이클까지 장만해 철인3종에 도전했다. 사이클을 배울 때 숱하게 넘어졌지만 동호회 회원들 꽁무니 쫓아다니니 실력이 향상 됐다. 그 때 과거 남편 따라 나갔다가 마주했던 철인3종 철인코스를 완주한 ‘멋진 동갑내기 아줌마’가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볼까?”

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는 모습. 이영미 작가 제공.
경기 이천에서 열린 설봉 트라이애슬론 대회였다.

“전날 밤부터 비가 쏟아졌다. 수영이 첫 경기인데 흙탕물이었고 죽은 쥐가 물 위를 떠다녔다.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에 대회 장소까지 달려간 게 아까워 시도는 해보자고 생각했다. 조금 가다가 구명보트 쪽으로 매달렸다. 수영장 물과 흙탕물은 차원이 달랐다. ‘포기할래요?’ ‘네 도저히 못하겠어요’라고 할 때 응원하던 남편이 다가왔다. ‘첫 경기는 원래 힘들어. 꼭 완주하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 없어. 어차피 들어갔으니 첫 번째 부표까지만 갔다 오는 것은 어때?’라고 했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출발했지만 쉽지 않았다. 호흡이 가빴다. 그런데 첫 번째 부표까지 가는 동안 호흡이 안정됐다. 그래서 계속 갔다. 꼴찌지만 수영을 다 마쳤고 제한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완주했다.”

이 작가는 올림픽코스는 물론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 42.195km)의 하프코스를 4번 완주했다. 하프코스 완주에 6시간30분 걸린다.

사이클 배우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본격적으로 철인3종을 하기 위해선 사이클을 타야하고 효과적으로 페달을 밟으려면 사이클용 클릿 신발을 신어야한다. 신발 밑창에 달린 클릿을 페달에 끼워 고정시키면 끌어 올리는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초보자는 페달을 밟다가 정지할 때 고정된 클릿을 빼기 쉽지 않았다. 빼지 못하면 넘어진다. 매일 저녁 아프트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차가 꽉 찬 주차장에서 사이클을 타며 클릿 빼기고 넣기를 반복했다. 숱하게 넘어지며 체득했다. 이렇게 사이클을 마스터해 철인3종을 완주할 수 있었다.”

철인코스 완주는 하지 않았단다.

“주위에서 철인코스 완주한 사람들보면 대상포진 걸린 사람도 있고 아예 운동을 그만 둔 사람도 있었다. 즐기려고 하는데 굳이 힘들게 철인코스까지 완주해야 할까? 철인코스에 도전하다 좋아하는 운동을 싫어할까봐 도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전거는 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줬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길이 너무 잘 뚫려 있다. 자전거 하나 있으면 어디든 여행을 갈 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가능하다. 시간 날 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 향후 남편과 함께 자전거 투어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다.”

배드민턴 치고 있는 모습. 이영미 작가 제공.
3년 전부터는 친구부부 12명이 동호회를 만들어 배드민턴을 친다.

“내가 남편을 포함해 친구들 4명과 어울리니 다른 중년 여자친구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난 따라 다닐 수 있어 재밌었지만…. 그래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다가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 친구 부부 6쌍 12명이 토요일 클럽을 만들었다.”

배드민턴은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이 혼자 하는 운동이라면 배드민턴은 함께 하는 스포츠였다.

“혼자가 아니라 상대가 있고 복식으로 치니 어울릴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여자가 남자와 대결해서 맞먹을 수 있는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다른 여성친구들도 좋아했다. 이제 그 친구들도 체력이 좋아졌다.”

운동의 매력에 듬뿍 빠진 이 작가는 평생운동 계획도 세웠다.

“60세까지 배드민턴 치고 60세부터는 탁구를 칠 것이다. 그리고 70세에는 전기자전거를 탈 계획이다. 요즘 서울 할머니들이 전기자전거 타고 강원도 속초에 가서 회 먹는다고 한다. 인생은 즐겨야 한다. 수영장에서 만나는 할머니들 보면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렇게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고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새로운 운동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경기 고양시 원마운트에서.
이 작가는 ‘인생학교 서울’에서 강의를 한다. 당초 ‘일과 삶의 균형’과 ‘제짝 찾는 법’을 주제로 강의하다 최근엔 ‘삶을 즐기는 법’에 대해 강연한다. 당연히 삶을 즐기기 위해서 건강해야 하고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마녀체력(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할 때)’이란 책으로 엮었다.

“책의 주제는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하는 것이다. 욕심 내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하는 것보다 조금이라고 하는 게 낫다. 몸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몸이 신호를 보내면 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은 10년, 20년, 평생 즐겨야 하는 것이다.”

40세 된 여성들에게는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수영과 자전거를 권한다. 천천히 꾸준히 하면 충분히 남자들과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배드민턴도 좋다. 남편과 함께 즐기면 더 없이 좋지 않은가.”

이 작가는 말한다.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앞서고 싶은 욕망이 있다. 솔직히 난 웬만한 남자보다 사이클을 잘 탄다. 사이클 타고 한강변을 달리면 남자들이 줄을 선다. 할아버지까지도. 그래도 전혀 잡히지 않는다.”

천천히 꾸준히 무한반복을 통해서 얻는 결과물이다. 그는 강조한다. “운동은 천천히 꾸준히 무한반복 하면 누구든 고수가 될 수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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