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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前 서울시장 “文대통령, 핵과 동거하는 평화에 만족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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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前 서울시장 “文대통령, 핵과 동거하는 평화에 만족하는 듯”

고재석 기자 입력 2018-11-16 15:38수정 2018-11-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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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권, 적폐청산 빌미로 공포정치”
● “태영호 만나 큰 혜안 얻어”
● “北, 경제파탄에 협상 나와”
● “‘南도 핵 개발할 수 있다’가 협상 카드”
● “복지에 하후상박 원칙 필요”
● “민노총 눈치 보고 기업은 죄인 취급”

사진=조영철 기자

‘칼잡이’가 문자 통보로 해촉(解囑)됐다. 한 달 남짓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일한 전원책 변호사 얘기다. 전 변호사는 11월 9일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라는 것은 나를 하청업체 취급하는 것”이라며 해촉의 변을 남겼다. 얄궂게도 그의 퇴장이 ‘전당대회 2월 개최’에 못을 박아버린 꼴이 됐다.


당권 경쟁의 얼개도 드러나는 형국이다. 그 한가운데 오세훈(57) 전 서울시장이 있다. 그에게 전당대회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무대이기도 하다. 오 전 시장이 휴지기에 그려낸 보수의 밑그림을 점검해볼 시점이다. 하필 오 전 시장과 만남을 앞둔 전날 서울 하늘에 최악의 미세먼지가 공습했다. 그에게 “시장 재임 때와 비교해 미세먼지 농도가 어떤지”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취임 때 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1㎥(입방미터)당 60㎍(마이크로그램)이었어요. 퇴임 때 그 수치가 45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후에 꾸준히 노력했으면 지금쯤 일본 수준으로 농도가 떨어졌을 것 같은데, 후임 시장이 손을 놔버렸어요. 정작 광화문광장에 수천 명 모아놓고 토론으로 결론 낸다고 하더라고요? ‘참 박원순 시장답다’ 그러고 말았어요.(웃음)”


인터뷰 중 오 전 시장 입에서 박 시장 이름이 나온 건 이때가 처음이자 끝이었다. 대신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반복해 입에 올렸다. 전직 서울시장보다 제1야당 당권주자에 스스로의 자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 특히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만나 혜안을 얻었다”고 했다. 또 “현 정부 출범 후부터 대북 문제에 대한 강연을 많이 다닌다”고 덧붙였다. 11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미술관 겸 레스토랑 충정각에서 2시간 동안 오 전 시장을 만났다.


- 아직 자유한국당에 입당하지는 않으셨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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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표에 출마합니까?


“아직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출마하건 안 하건 앞으로 보수대통합으로 탄생할 정당의 최고 우선순위는 민생이어야 합니다. 경제 발전도 남북 화해도 민생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거죠.”


“퇴행적 좌파이데올로기 정권”

- 보수대통합 전당대회는 헤쳐모여식 정치공학에서 나온 해법으로 보이는데요.


“음…글쎄요. 문재인 정부의 독선, 폭주에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해서 투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염원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어요. 이 정권은 퇴행적 좌파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내걸고 집권했는데 부자는 더 부자가 됐고, 빈자는 더 빈자가 됐어요. 통계청 자료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능정치죠.


거기다 소수 대기업 노동귀족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근로자를 희생시키는 편 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잖습니까. 또 적폐청산을 빌미로 정치보복을 일삼는 공포정치를 행하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독주하는 이유가 뭘까. 보수진영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 떠나 합치자는 겁니다.”


-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면 보수대통합 전당대회보다는 개별 입당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입당해라’ ‘합당하자’ 해도 행동을 끌어내기 어렵죠. 그 점은 이해할 수도 있고요. 총선이 다가오고, 어느 시점이 됐을 때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이 모아질 겁니다. 그때까지 서로 탐색도 하고 명분도 쌓아야죠. 정치에는 그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짧은 호흡으로 결론 낼 문제는 아니에요.”


오 전 시장을 만난 충정각은 2017년 2월 7일 ‘신동아’가 태영호 전 공사를 만나 인터뷰한 곳이다. 이 말을 건넸더니 오 전 시장은 “태 전 공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았다”는 말로 화답했다.


- 태 전 공사와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그분은 북핵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던 북한의 정치엘리트였잖아요. 주로 제가 가진 여러 관심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3층 서기실의 암호’를 국민께 필독서로 권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정보가 차단돼 있으니 생긴 일이죠. 이 책이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예요.”


그는 “두 사람 간 이야기를 어떻게 세세히 공개하겠나”라면서 더 구체적인 말은 삼갔다. 다른 질문을 경유해 그가 태 전 공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김정은의 결단? 어불성설”

- 북한의 비핵화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고 봅니까? 핵 포기 후 경제 발전을 추구할 거라는 ‘결단론’과 핵보유국 지위에서 협상을 끌다 일부 핵을 남길 거라는 ‘술수론’이 공존합니다.

“‘북이 핵과 경제를 교환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건 우리식 사고예요. 북한은 3대 세습 정권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의 최우선순위에 둡니다. 인민의 배를 불리기 위해 지도자가 나섰다? 김정은의 집권 기반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선택에 나설 리가 없죠.”

사진=조영철 기자


- 결단이건 술수이건 어쨌든 협상장에 나왔습니다.


“못 견뎌서 나왔죠. 박근혜 정부 때 개성공단 폐쇄로 시작해 대북제재에 나섰잖아요. 미국과 호흡을 맞추면서 달러 ‘돈줄’을 조이고 조였습니다. 다임필(DIMEFIL) 압박이 효과를 냈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외교(Diplomatic), 정보(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ic), 금융(Finance), 첩보(Intelligence), 법집행(Law Enforcement)을 총망라한 겁니다. 그러니 북한 경제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지경에까지 이른 겁니다.”


- 여당 쪽에서는 “장마당이 시장으로 탈바꿈했고, 휴대전화도 많이 쓰이고, 고층 빌딩도 여럿 엿보인다”는 말도 나옵니다. 송영길 의원은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한 뒤로 재래식 군비를 절감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던데요.


“정말 희망 섞인 기대죠. 장마당 경제뿐 아니라 궁정경제까지 완전히 파탄 났습니다. 올해 2월에 60만 부 발행하던 노동신문을 20만 부로 줄였어요. 북한은 선전선동과 정치학습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잖습니까. 노동신문이 그 기둥이에요. 기둥을 뽑아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어떤 분들은 해외로 수출하는 석탄이 내수로 돌아서 연료 사정이 좋아졌다는 주장도 하더군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겁니다.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 배급이 어려워졌습니다. 각자 벌어 먹고살라고 했어요. 그러니 군부가 자체적으로 탄광에서 석탄을 캐내 중국에도 팔고 장마당에도 팔고 집에도 가져가면서 자급자족 경제를 해왔습니다. 이 와중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중국 수출 길까지 막혔어요. 중국에 팔아야 달러라도 들어오는데, 그게 막혀버렸으니 경제 상황이 고통스럽기 이를 데 없죠.”


- 어려워서 나왔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재반박도 가능할 텐데요.


“김정은은 미루어 짐작건대 이런 계산법을 갖고 있을 거예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 한·미·일 자본이 들어올 거다. 그러면 중국이 대북 영향력 감소를 우려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거다. 결국 미·중 간 줄타기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전술이라면 그런 수순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바라고 있을 겁니다.”


이 시점에서 오 전 시장이 다시 태 전 공사의 이름을 언급했다.


“태 전 공사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2~3년 전부터 북에서는 ‘2018년은 핵 실전 배치의 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는 해, 이를 위해 평화 공세를 펴는 해’라는 타임 스케줄이 있었다는 겁니다. 거기에 무슨 전략적 결단이 있습니까? 좌파 이데올로기에 푹 빠져 있는 이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죠. ‘북한이 선한 양과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이 사람들을 믿고 갑시다’라고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 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치 않을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중국은 남북 경제력 격차가 너무 커지니 북이 남에 흡수 통일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죠. 그러니 탐탁지 않아도 중국 안보에 위협되지 않을 수준의 북핵을 용인한 겁니다. 만약 소형 경량화된 핵무기가 100개에 이르면 아무리 동맹이어도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신경 쓰일 테죠. 하지만 5개 정도면 남북 간 세력 균형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中, 북의 완전한 비핵화 원치 않아”

- 그러니 중국은 핵무기 일부를 남기는 걸 원할 것이다?


“북한이 ‘핵 리스트 다 신고하고 핵 폐기 시간표 낼까요?’라고 물어보면 중국은 동의 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북관계가 개선돼 수교가 이뤄지고, 미국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가면 북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낮아질 게 분명하죠. 중국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국내정치적 이유로 협상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보나요?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협상 달인이긴 하나, 지금은 표를 의식해야 하는 처지잖아요.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지 모르죠. 과거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10년 이상의 인적·물적 투자를 다 포기하고 매몰차게 미군을 빼버렸잖습니까. 후임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이 가진 지정학적 가치에도 공산화에 팔짱만 끼고 있었어요. 다 헨리 키신저의 작품이잖아요. 철저히 국익 우선 실용외교를 하는 겁니다.


워싱턴에는 키신저 같은 생각을 하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북핵 문제가 어디로 튈지, 미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요. 우리가 최대 이해당사자니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죠.”


- 종전선언이 휴전을 종결하는 것이므로 유엔사의 정전협정 유지·관리 기능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라도 그런 논란이 없을 거라고 장담 못 하죠.”


- 그러면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론이 나올 수 있죠.


“그렇죠. 설사 북한과 100% 신뢰관계에 돌입했다고 가정해도 결국 국경을 맞댄 국가는 중국이잖아요. 그런데 문 대통령이 단계적 점진적 비핵화도 수용할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에 경도된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가정해볼 때, 북핵 폐기만큼 중요한 게 한미동맹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겠어요?”

“핵 개발 능력은 히든카드”

2015년 4월,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독자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성원전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통해 짧은 기간에 수십 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오 전 시장은 퍼거슨 보고서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 최근 퍼거슨 보고서를 소개하고 다니시더라고요. 핵 개발 능력을 활용해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핵우산을 보장받고,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힙니다. ‘핵 개발 능력을 활용하자’ 역시 넓은 의미에서 ‘핵무장론’ 아닙니까?


“분명히 말해두지만 저는 핵개발론자가 아닙니다. 굳이 저를 ‘~~론자’로 불러야 한다면 ‘히든카드론자’ 정도로 해두죠.”


- 히든카드?


“보고서의 결론은 미·중이 북핵 폐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국이 외교용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뜻을 이루지 못하면 핵 질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담겨 있어요. 그러니 한국이 불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해서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만이라도 전달되면 국민 마음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외교협상용이다?


“실제로 핵을 만들자고 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선택도 고려해보자는 게 위험한 발상인가요? 야당이 이런 주장을 슬쩍 흘리는 식으로 정부여당의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어요. 지금 문재인 정권은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북한과 화해해서 경협하고 북 스스로 핵을 폐기하도록 하겠다’ 이런 스탠스 아니에요? 왜 우리 스스로 선택 가능한 옵션에 한계를 둬야 합니까. 북한이 핵무장하면 한국도 당연히 핵무장을 고려하고 일본도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 사람은 키신저예요.”


-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즉 미국의 핵우산 제거까지 원할 텐데요. 이를 고려하면 그런 옵션을 내세우는 게 북한 비핵화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핵 폐기에 실패할 경우 우리도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게 중국과 미국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핵의 독자 개발은 접더라도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두는 것도 중국을 움직이는 데 도움 되지 않겠어요? 국민이 한번 판단해볼 만하죠.”


- 야당이 나서서 이 문제를 국민적 논쟁거리로 만들 수 있다?


“핵 실험 직후 여론조사긴 하지만 우리 국민 중 핵 개발하자고 답하는 사람이 60%가 넘어요. 아니, 왜 이런 여론을 활용을 안 해요?”


- 최근 대학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핵 폐기가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더군요.


“대통령께서 유럽 순방 중 영국 프랑스 등 많은 지도자에게 ‘핵 리스트 제출보다 종전선언을 먼저 하도록 동의해달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거절당할 줄 뻔히 알면서 뉴스를 만든 겁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핵 리스트 제출을 종전선언 후로 미룰 수 있다는 언급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가 수습했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어요.


‘핵과 동거하는 평화’는 가짜 평화입니다. 지금이야 개과천선한 얼굴로 대화에 나오고 있지만 언제 또 서울 불바다를 이야기할지 모르는 대상이죠. 그런 대상과 ‘핵을 가지고 있어도 좋다. 우리를 공격하지만 않으면’ 같은 스탠스의 대화를 한다? 북한의 선의에 매달린 평화로 만족하고 살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거죠.”

사진=조영철 기자


-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어길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받게 될 보복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서 북의 비핵화 의지를 변호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시간을 끌어 몇 년이 흐르면 국제사회의 관심도 달라질 수 있어요. 미국에서 실용외교 소신을 가진 대통령이 집권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만 폐기하고 핵 동결로 간다면 북핵 문제에서 손떼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점진적, 단계적 핵 폐기에 손을 들어주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변호를 한다? 핵 있는 평화에 만족하겠다는 마음을 표출하는 걸로밖에 안 보여요.”

- 북한의 경제 개방으로 한미일 자본이 들어가면, 북한을 미국 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 질서 속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개방하면 큰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대신, 정권에 손톱만큼의 악영향이 있다고 해도 북한은 정권 안위를 지키려 할 겁니다. 최대치의 개방은 개성공단식의 폐쇄형 경제특구 체제겠죠. 일정 지역 안에서 북한이 완전히 그립을 쥐고, 출퇴근하는 노동자도 북한이 결정하고, 월급도 그들이 가져가서 재분배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치는 북·중 국경이나 비무장지대 인근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줄 수 있습니까? 북·중 국경에서는 북한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클 겁니다. 중국은 거기에 만족해 북한 경제를 자신들 쪽으로 유도하겠죠.”

- 중국과 국경을 맞댄 점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 통일 후 한국에 새로운 번영 기회가 열릴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저 역시 제발 그런 기회가 한반도에 열리길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주도권을 쥔 경협을 하게 되면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협은 발전소 지어주는 식의 에너지 지원, 현금·현물 제공,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 정도겠죠.”

“공공부문이 복지 재정 갉아먹어”

오 전 시장의 정치 휴지기는 2011년 8월 24일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주민투표’ 이후 시작됐다. 투표함 개봉 기준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개표가 무산됐고, 이틀 후 오 전 시장이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주민투표의 잔상만 남아 있어 오해가 많은데, 무상급식 하지 말자고 한 적이 없다. 나를 두고 ‘애 밥 주는 것 반대한 사람’이라고 칭하던데, 잘못된 말”이라며 “복지에 하후상박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재정 형편상 보편적 복지가 어렵다는 시각을 견지해오셨잖아요. 저출산 고령화 구조에서 복지 재정이 늘어나는 건 필연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누가 이의를 달겠어요? 7년 전 저는 ‘지금 우리 경제 형편에 부자·빈자 구분 없이 같은 액수를 지원하는 현금 복지를 하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 안 된다’란 우려가 있었어요. 당시 각종 무상시리즈가 줄줄이 나왔잖습니까. 바람직한 복지기준선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는 절박함이 있었어요. 당시 선거를 치른 후였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던 겁니다.”

- 보편복지 진영의 논리를 지탱해주는 근거가 이른바 비용 문제인데요. 대통령도 아동수당을 언급하면서 10%를 선별하는 행정비용이 보편복지보다 더 든다는 얘기를 합니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가 얼마나 발전했습니까. 데이터가 쌓이고 소득산출 방식을 미리 세팅해 알고리즘에 집어넣으면 선별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아니, 우리 과학기술 수준이 해마다 수작업으로 걸러내는 수준인가요? 수백 가지 복지에 쓰일 기준선을 만들어두자는데, 아동수당 하나만 갖고 차라리 돈을 더 주자?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합리적 사고예요.”

- 중부담 중복지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는데요.

“적절하죠. 2017년 기준 우리 조세부담률은 20%, 국민 부담률은 27% 언저리에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35% 정도예요. 증세 여력이 있죠. 그런데 만약 세금 더 거둬서 제대로 된 복지에 안 쓰면 어떻게 됩니까? 지금 공공부문에서 연금을 포함한 인건비 비율이 비슷한 OECD 국가에 비해서 너무 높아요. 그런데 문 대통령 임기 중 80만 명 늘린다고 하잖아요. 다음 세대의 소득을 꿔다 쓰는 외상 아닙니까? 공공부문이 복지에 쓰일 수 있는 재정을 갉아먹는 형국이 될 수 있는데, 그런저런 구분 없이 세금 올리고 일정액을 복지에 쓴다?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 일이죠.”

-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주52시간 근무가 선진국의 근로환경이라는 건 맞는 얘기예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죠. 시행해놓고 부작용을 시정하겠다는 식이잖습니까.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예요. 저소득층 소득 높여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과욕을 부렸잖아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부작용에 고통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무죠. 언제까지 퇴행적 좌파의 이상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합니까.”

“정규직 노조의 쥐어짜기”

- 청년 일자리가 없는 게 노동개혁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쉽게 해고할 수 있으면 기업은 쉽게 고용하죠. 일자리가 훨씬 늘어납니다. 이 정부가 노동계를 잘 설득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촛불혁명 주력부대인 민노총은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채권자 의식이 있고, 정부는 민노총에 채무감이 있다 보니 노동개혁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가 돼버렸습니다. 피해는 미래 세대가 보는 거죠.”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보세요? 경제민주화로 ‘단가 후려치기’를 막아야 중소기업이 살고, 하도급·비정규직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주장인데요.

“그것도 이상론으로는 맞는 얘기죠. 그런데요, 지금 현대자동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까지 반대하고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내 하도급이나 비정규직 하는 분들이 정규직 노조의 쥐어짜기 때문에 정규직과 임금격차가 거의 배 이상으로 벌어진 거 아닌가요?”

- 노조 때문이다?

“대기업, 공공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인상을 과속하면서 비정규직의 몫까지 가져갔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민노총은 설득하지 않고 기업만 계속 타깃 삼아 필요 이상의 규제를 쏟아내고 있어요.”

- 기술화·자동화 바람이 더 거세졌고 주력산업도 침체인데, 야당이 재집권한들 고용을 늘릴 마땅한 대안이 있겠습니까?

“완전히 달라지죠. 보수 정권은 기업의 가치를 인정해요. 지금 정부가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을 죽이니 경제가 이 모양인 겁니다. 세계가 다 호황인데 왜 한국 경제만 어렵습니까? 한국은 수출주도형이기 때문에 지금 좋아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또 독일의 하르츠 개혁, 프랑스의 마크롱 개혁의 절반만 하면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는 늘죠. 지금은 정부가 귀족 독점 노조 눈치를 보니 고용 경직성에 메스를 대지 못하잖아요. 좌파 이데올로그 출신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조차 노조를 약탈자, 지대 추구 집단이라고 그러대요? 그런 말 들을 만큼 노조의 행태가 과도하잖습니까. 이 문제만 해결해주면 일자리는 생겨납니다.”

- 두 문제만 해결하면 경제가 다시 반등한다?

“규제 완화까지 더해야죠. 현 정부가 규제 완화했다고 기억나는 건 은산분리밖에 없어요. 그조차 여당에서 처음에 반대했잖아요. 야당 때 이데올로기를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 육성한다? 헛돈 쓰는 거예요.”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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