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상생 일자리’ 성공한 獨 폴크스바겐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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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좌초 위기]기업이 먼저 제안하고 정부는 중재역할
노조 “일자리 최우선” 저임금 전격 수용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1989년에서 2001년 사이 경제위기로 생산량이 38.9%나 줄었다. 자연스레 고용도 6만1300명에서 5만1450명으로 16% 줄었다. 당시 독일은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때였다. 독일을 지탱하는 폴크스바겐도 위기에 처하며 볼프스부르크의 실업률은 17%를 넘어섰다. 위기 속에서 독일의 몇몇 생산공장이 해외로 이전하자 ‘폴크스바겐만은 독일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폴크스바겐은 1999년 말 폴크스바겐 금속노조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폴크스바겐이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고 5000명의 실업자를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 원)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기존 폴크스바겐 생산직 월급의 80% 수준이었다. ‘인건비가 저렴한 공장을 세워 신차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 폴크스바겐의 청사진이었다.

이 제안은 독일 전역에 반향을 일으켰다. 노조의 반발을 살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금속노조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에서였다.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 공장의 근로시간 문제도 쟁점이었다. 회사는 주 48시간을 주장했고 노조는 주 35시간을 요구했다. 교착 국면을 푼 것은 정치권이었다. 지역 정부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가 차례로 중재에 나섰고 ‘주 35시간’으로 타결됐다.

그 결과 2001년 독립자회사 아우토(Auto)5000이 설립됐고 폴크스바겐그룹은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인기 모델 티구안도 이곳에서 생산했다. 위기가 지나간 2009년 1월 1일부로 이 회사는 폴크스바겐그룹에 통합됐다.

한국의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아우토5000을 벤치마킹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노사문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아우토5000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 데 노사의 인식이 같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확산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독일도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있었지만 위기 극복이라는 목표에 인식을 공유했던 점이 성공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상생 일자리 성공#독일 폴크스바겐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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