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전문가들 “증선위의 결정은 국제기준 쓰지 말라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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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주식거래 정지 후폭풍]분식회계 결론에 논란 확산

금융당국이 14일 2년 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기준 해석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회계 처리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데 반해 증선위가 너무 엄격하게 회계기준을 적용해 분식회계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판단을 이유로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도 검토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증선위의 회계기준 해석 논란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29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대폭 늘린 것은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일부 회계 전문가는 2011년 도입된 IFRS가 회계처리 원칙만 지키면 세부적 판단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분식회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 회장은 “기업의 가치평가가 이뤄진 수학적 공식에 문제가 없고 다른 바이오 회사도 비슷하게 처리됐다면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지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통일된 평가기준이 없어 해당 기업이나 회계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고위 임원도 “복수의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 나면 더 이상 IFRS를 쓰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IFRS 원칙에 따라 필요하고 맞는 방향으로 합법적인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다”며 “이를 범죄를 모의한 것처럼 금융당국이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IFRS가 허용하는 자율성의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당초 계산된 것보다 높게 나오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말했다.

○ 삼성물산까지 감리하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적으로 변경한 만큼 해당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이 회사의 최대 지분(43.44%)을 가진 모회사 삼성물산도 재무제표를 변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도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감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7일 국회에서 삼성물산 감리 착수 요구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물산 감리에 들어가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했던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적정했는지를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선위는 이번 판단 때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심의의 초점을 맞췄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2.37% 하락한 10만3000원에 마감했다.

재계는 금융당국이 2016년 1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놓고 2년 만에 180도 다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황태호 기자
#회계 전문가들#증선위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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