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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혐오 성대결로 번진 ‘이수역 폭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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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혐오 성대결로 번진 ‘이수역 폭행사건’

구특교 기자 입력 2018-11-16 03:00수정 2018-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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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머리 짧단 이유로 여성들 때려”, “女가 한남커플이라며 먼저 시비”
男 3명-女 2명, 술집서 쌍방폭행… 진상확인 안됐는데 “가해자 처벌”
이틀새 靑국민청원 30만건 넘어… 경찰 “여성들이 먼저 신체접촉”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 혐오 때문에 남성 일행이 여성 일행을 폭행했다’는 취지로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3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한쪽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의 발단은 13일 오전 4시경 서울 동작구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술집에서 A 씨 등 남성 3명과 B 씨 등 여성 2명이 다툼을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다음 날 B 씨 일행 중 1명으로 추정되는 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자 4명이 여자 2명을 폭행했다”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남성 일행이 ‘메갈(온라인 남성 혐오 사이트)×’이라고 욕을 하며 폭행해 뼈가 다 보일 정도로 뒤통수가 깊게 파였다”고 주장했다. 피가 묻은 붕대를 감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같은 날 국민청원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여성 2명이 폭행을 당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여성 혐오가 만들어낸 폭행 사건’으로 성격이 규정되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반면 당시 술집에 있었던 남녀 커플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은 SNS에 올린 글에서 “B 씨 일행이 우리 커플을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 커플’이라며 비아냥거려 말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란이 커지자 다른 테이블에 있던 A 씨 일행이 B 씨 일행에게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면서 시비가 붙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는 B 씨 일행이 A 씨 일행을 향해 “나 같으면 저런 ○○ 달고 밖에 못 다닌다” 등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도 올라왔다. ‘여성 혐오’ 대 ‘남성 혐오’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15일 “여성 일행이 먼저 소란을 피웠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다”며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신체 접촉은 여성들이 먼저 한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측을 모두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인터넷상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버스 기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른바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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