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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예상 못한 최악의 결정… 해외 신뢰도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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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예상 못한 최악의 결정… 해외 신뢰도 큰 타격”

조은아 기자 , 손가인 기자 , 염희진 기자 입력 2018-11-15 03:00수정 2018-11-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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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주식거래 정지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은 1년 7개월여 만에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에 ‘회계 부정’ 낙인이 찍히면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과 회계감사 시장에도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 증선위 “삼성바이오, 고의로 회계분식”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계약한 바이오젠과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3년여간 숨긴 뒤 2014년에야 공시하면서 회계기준을 바꾼 것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설립 이래 4년째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2015년 1조9000억 원대 당기순이익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이전인 2012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장부를 작성했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2015년부터 장부를 고쳤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장부를 다시 쓸 경우 지금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낮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본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고의적인 분식회계의 증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서를 들었다. 이 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2015년부터 회계기준을 ‘지분법’으로 바꿔 회계장부를 작성한 덕에 대규모 평가차익을 얻었다는 증거가 담겨 있다고 증선위는 주장했다.

○ 삼성바이오 “법원에서 끝까지 따지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다수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끝까지 적법성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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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게 회사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회계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삼성은 삼일, 삼정, 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3곳에 자문해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게 오히려 국제회계기준(IFRS)에 어긋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협회 감리는 물론이고 상장 당시 금융감독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결정으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생산에 돌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내년 시범 생산을 거쳐 2020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윤리 규정을 중시하는 외국 제약사들은 위법한 회사와 거래를 꺼릴 수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4공장 건립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 바이오산업에 ‘찬물’

바이오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결정”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임원은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에 정부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것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

과거에는 무혐의였다가 재감리를 통해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분식회계라고 결론 낸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고 위험 요인”이라며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기준은 해외 투자자에게 투자 기피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론이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 상장 등으로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 규제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되면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손가인·염희진 기자
#삼성바이오#회계분식#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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